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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불교 조각에 관하여

2023.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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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불교 조각에 관하여

 

1. 조선시대의 불교와 불교미술에 관해서는 대체로 숭유억불崇儒抑佛이라는 사상적 기조를 바탕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실제로 강력한 억불책을 시행했던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또한 조선 전기 태종(太宗, 재위 1400-1418)과 세종(世宗, 재위 1418-1450)대 수 많은 종파를 선교양종禪敎兩宗으로 통합한 정책은 그만큼 이전까지 불교가 강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조(世祖, 재위 1455-1468)와 명종(明宗, 재위 1545-1567)대 문정왕후(文定王后, 1501-1565)는 오히려 불교를 비호하고 권장했으며 조선 전기 왕실의 원찰願刹인 회암사檜巖寺를 비롯한 여러 사찰에서 수 많은 불상과 불화를 조성하는 불사佛事를 직접 발원發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선 후기는 어떠했을까.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이 끝난 후 17세기부터 전국 사찰의 주전각과 그 안에 봉안되는 불상의 조성 불사가 시작되었고 이는 18세기 전반까지 지속되었다. 1세기 정도의 기간 동안 현전하는 대부분의 주전각과 이에 주존으로 모셔진 불상들이 복구되었다. 이는 임진왜란 등 전란에서 활약한 의승군義僧軍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며 더불어 불교는 그만큼 대중들에게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조선 후기 불교 조각은 승려 장인 집단에 의해 조성되었다. 이들은 사자상승師資相承의 관계로 맺어진 스승과 제자들의 모임으로 크게 수조각승과 보조조각승으로 나뉘어 있었다. 보조조각승들은 일정한 수련기를 거친 후 독립하여 수조각승으로 활동했으며 이러한 계보를 통해 유파가 형성되었다. 조각승 유파에 관해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불상의 복장발원문腹藏發願文 등의 기록이 조사되면서 이를 통해 밝혀졌으며 이는 조선 후기 불교 조각에 대한 작가론적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조각승 유파로 현진·청헌파, 응원·인균파, 수연파, 법령파, 무염파 등의 활동이 확인된다. 이들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몇몇은 전국에서의 활동이 확인되기도 한다.

 

3. 조선 후기에 주전각에 모셔진 불교 조각의 형식은 다양하며 이는 당시까지 발전한 불교 사상과 이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다. 조선 후기 조성된 불교 조각의 대표적인 형식 중 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삼세불三世佛, 석가수기삼존釋迦授記三尊, 삼신불三身佛 등이 있다. 삼불三佛로 구성된 삼세불은 공간적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삼세불은 동방東方 유리광세계琉璃光世界의 약사여래藥師如來,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娑婆世界의 석가여래釋迦如來, 서방西方 극락세계極樂世界의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를 함께 모신 것으로 불교의 공간적 세계를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시간적 개념을 내포한 형식으로 석가수기삼존상이 조성되었다. 이는 대승불교大乘佛敎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형식으로 다음 생에 부처가 될 것을 약속받는 수기라는 개념을 통해 불교적 광범위한 시간 개념을 내포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형식으로는 삼신불을 들 수 있다. 삼신불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불신관佛身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 보신報身 노사나불盧舍那佛, 화신化身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로 이루어진 형식이다. 법신은 절대적인 진리를 의미하며 이는 비로자나불이라는 존상으로 나타났다. 보신은 석가여래가 전생의 공덕으로 받은 몸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보살형의 노사나불이라는 존상으로 나타났으며 화신은 절대적인 진리인 법신이 우리의 눈 앞에 현신할 때 나타나는 모습으로 석가여래로 표현되었다. 이는 불신에 대한 개념이 발전하면서 다소 복잡한 개념으로 나타났으나 결과적으로 정리한다면 이와 같은 개념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조선 후기의 불보살상은 의식집의 내용을 통해 그 성격과 신앙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여러 의례의 주존으로 상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조선 후기의 불교 조각은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법화경화엄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조성되었으며, 이는 불교의 모든 공간과 시간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볼 때 종종 조선 후기 불교 조각은 통일신라시대(統一新羅時代, 668-935)나 고려시대(高麗時代, 918-1392)의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인체를 표현한 조각에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미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조선 후기의 불교 조각은 부처와 보살이라는 인간을 초월한 존상들을 표현하는데 있어 보다 엄격한 불신관을 바탕으로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여러 차례의 전란이 휩쓸고 지나간 후 대중들에게는 망자의 명복을 빌고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귀의처가 필요했고 불교는 이들을 인도하고 위로할 의무가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따라 조성된 조선 후기의 불교 조각은 수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 지금까지 전하고 있는 것이다.

 

- 마이아트옥션, 김현우

 

【참고문헌】
문명대, 「조선후반기 제1기(17세기, 융성기; 광해(光海)-경종(景宗)) 불상조각의 도상해석학적 연구」, 『강좌미술사』38,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2.
문명대, 「조선후반기 제2,3기(18,19세기: 영,정조-순조,순종기) 불상조각의 도상해석학적 연구」, 『강좌미술사』40,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3.
송은석, 『조선 후기 불교조각사: 17세기 조선의 조각승과 유파』, 사회평론, 2012.
유근자, 「조선(朝鮮) 후반기(後半期) 불상조성기(佛像造成記)를 통(通)한 불상(佛像)의 조성(造成) 배경(背景) 연구(硏究)」, 『강좌미술사』38,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2.
유근자, 「조선후반기 제2,3기 불상조성기를 통한 불상의 조성 배경 연구」, 『강좌미술사』40,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3.
주수완, 「조선 후반기 제1기(광해군~경종) 불교건축과 예배상과의 관계에서 본 도상 의미 연구」, 『강좌미술사』38,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2.

 

참고도판

1. 양주 회암사지 전경(출처 문화재청)

2.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 156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출처 문화재청)

3-1. 목조보살좌상, 조선 17세기, 높이 80cm, 마이아트옥션 강컬렉션 특별경매 출품 Lot.168

3-2. 목조보살좌상 하단 복장공

4-1. 강화 전등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1623, 본존 높이 123.5cm, 강화 전등사 대웅보전 봉안(출처 문화재청)

4-2. 강화 전등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복장발원문

5. 여수 흥국사 목조석가수기삼존상, 1628-1644, 본존 높이 140cm, 여수 흥국사 대웅전 봉안(출처 한국의 사찰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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