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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MBTI는 무엇이었을까?

2023.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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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인들에게 ‘모임’이란 단순한 친목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은 정치적, 경제적 수준이나 신분이 동등한 인물들이 모여 시를 짓고, 글을 쓰고, 풍류를 즐기는 이러한 모임을 ‘아회雅會’ 혹은 ‘아집雅集’이라고 불렀다. 격조와 아취가 아름다운 모임이라는 뜻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로써 그 아집을 기록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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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집,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화제는 아무래도 <서원아집도>일 듯하다. 중국 송나라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소식(소동파), 이공린, 미불 등의 인물들이 왕선의 ‘서원’에 모여 시·서·화를 즐기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이상적인 문인아집도를 대표하는 서원아집도는 17세기 경 조선에 전래되어 18세기 이후 단원 김홍도를 중심으로 활발히 그려졌다. 이렇게 표현한 것은 다름 아닌 단원이 남긴 <서원아집도>만해도 부채, 병풍 등 여러 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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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은 서원아집도를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각종 아집에 참석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안기찰방, 연풍현감 벼슬을 지낸 40대 이후 여러 ‘아집’에 수 차례 참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덕분인지(?) 단원은 표암 강세황, 연객 허필, 호생관 최북, 현재 심사정 등과 어울렸던 아집을 그린 <균와아집도>, 정란, 강희언이 모인 <단원도> 등 여러 아집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해두었다. 보통 조선시대 그림들은 인물이 아주 작게 표현되어 무얼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림이 많다면, 단원이 ‘오원’이라는 호를 가진 분의 집에서 여러 문사와 풍류의 한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오원아집소조>에서는 당시 인물들이 모여 뭘 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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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원아집소조>는 그동안 흑백도판으로만 전해지던 작품이었으나 2009년, 마이아트옥션의 전신인 공화랑에서 열린 《안목과 안복》 전에 출품되었다. 오원은 현재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경북 영주시에 ‘오원재’라는 편액이 남아 있어 혹 이곳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스름이 감도는 이곳에 술상이 옆으로 비켜있고 음식이 담겼을 접시는 텅 비어 있다. 그림을 바라보면 마치 구수하고 흥겨운 노랫소리가 귓가에 넘실거리는 착각이 드는데, 왼쪽 상단에 파티의 BGM을 담당했던 인물이 바로 김홍도로 생각된다. 흐르는 음악 속에 누군가는 먹을 갈고 글씨 혹은 그림을 그리고 담소를 나누고… 물론 요즘에는 먹을 갈고 글을 쓰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는, 마치 오늘날 모임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흐물흐물 거리는 듯한 자연스러운 의습선의 표현은 한껏 취흥이 오른 김홍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일상이 곧 아집이고, 모임을 좋아한 단원은 MBTI 검사를 해보나 마나 E, 외향형이 아니었을까?

 

- 마이아트옥션, 학예사 김경인

[참고문헌]
유홍준, 『화인열전 2』, 역사비평사, 2001.
진준현, 『안목과 안복』, 공화랑,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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