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관음신앙의 성지로 가장 유명한 사찰 중 하나로 양양襄陽 낙산사洛山寺가 있다. 낙산이라는 이름은 『화엄경華嚴經』의 보타락가산普陀洛伽山에서 따온 것으로 보타락가산은 관음보살이 주처하는 곳이다. 보타락가산에 대한 신앙은 인도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중국에 전래된 후에도 널리 신앙되었다. 중국의 경우 절강성浙江省의 보타산普陀山이 유명하며 보타산의 조음동潮音洞에는 낙산사 관음굴과 같이 해안 절벽에 관음굴이 있다.
그런데 보타산 조음동의 관음굴은 낙산사 관음굴과 거의 같은 구조인데 150년 이상 늦게 조성되어 낙산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낙산사는 유구한 역사는 물론 동아시아의 관음신앙을 대표하는 성지라 할 수 있다. 낙산사 창건과 관련된 주요 기록인 『삼국유사三國遺事』「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에 보면 의상대사(義湘大師, 625-702)가 당나라에서 돌아와 낙산사의 해안 절벽 동굴에서 관음보살의 진신眞身을 친견하고 낙산사를 창건했다는 내용이 전하고 있다.
즉 낙산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671년 경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법등을 이어오고 있는 사찰인 것이다. 이러한 낙산사는 조선시대에도 관음신앙의 성지로서 왕실의 후원과 비호를 받았고 또한 명승지로서 수많은 한시와 그림으로 남겨져 문화적 원천이 되었다.
김홍도(金弘道, 1745-?)의 작품으로 전하는 <해동명승첩海東名勝帖> 중 낙산사를 보면 조선시대 낙산사의 모습을 비교적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본당을 중심으로 행랑을 두르고 측면이 길게 조성된 2층 루樓의 모습 등이 발굴 결과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작품으로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낙산사를 보면 ‘낙산일출洛山日出’을 주제로 한 홍만적(洪萬迪, ?-?)의 시와 정선이 그린 낙산사의 모습이 확인된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尋眞客意上樓忙 참 구경에 나그네 누각 오를 마음 급한데
徙倚危欄眼界長 위태한 난간에 기댐에 눈 앞이 툭 트여
白雨過來天濶遠 소나기가 지난 자리라 하늘 넓게 열렸고
靑山斷處海微茫 청산이 끝난 곳엔 바다 아득히 펼쳐졌네
觀音窟拆千年古 관음굴은 천년 세월에 걸쳐 뚫려서 있고
義相臺高五月凉 드높은 저 의상대는 오월 맞아 서늘하네
向晚水風吹霧盡 저물녘이라 바람 불어 안개를 몰아내니
好看朝旭湧扶桑 동해의 아침 해 멋지게 구경할 수 있으리.
시에 표현된 것처럼 낙산사의 2층 누각 위에는 사람들이 올라 휴식을 취하며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한 우측 하단에는 해안의 절벽과 물거품을 통해 관음굴을 표현하고 있다. 정선은 낙산사 일원의 모습을 재구성하여 ‘낙산일출’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경관을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낙산사의 중요한 특징은 잘 살려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낙산사는 관음신앙을 대표하는 사찰이면서 조선시대에는 이미 명승지로도 유명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낙산사는 비록 창건 이후 몽고 침입과 임진왜란, 6.25전쟁 등의 전란과 수많은 화재로 인해 여러 차례 소실되었으나 그때마다 중수를 거쳐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귀의처가 되고 있으며 또한 문화적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명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마이아트옥션, 김현우
[참고도판]
1. 낙산사 홍련암과 관음굴(한국미술사연구소, 『천년의 관음성지 화엄종찰 낙산사의 불상 조각』학술총서53(한국미술사연구소, 2022), p. 7의 도7).
2. 중국 절강성 보타산 조음동 관음굴(한국미술사연구소, 『천년의 관음성지 화엄종찰 낙산사의 불상 조각』학술총서53(한국미술사연구소, 2022), p. 9의 도9).
3. 낙산사 원통보전(한국미술사연구소, 『천년의 관음성지 화엄종찰 낙산사의 불상 조각』학술총서53(한국미술사연구소, 2022), p. 1의 도1).
4. 전 단원 김홍도, <해동명산도> 중 낙산사, 종이에 수묵, 30.5×21.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5. 겸재 정선, <낙산사>, 종이에 수묵, 26×43㎝, 개인소장.
[참고문헌]
문명대, 「중국 보타산 조음동 관음굴 관음전과 한국 낙산 관음굴 관음전의 구조와 관음상 연구」, 『강좌미술사』15,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00.
손신영, 「조선후기 사찰 樓 연구」, 『강좌미술사』52,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9.
용환진, 「낙산사(洛山寺) 제영(題詠) 한시(漢詩) 연구」, 『한문고전연구』11, 한국한문고전학회, 2005.
이상균, 「조선왕실의 낙산사 중창과 후원」, 『문화재』50, 국립문화재연구소, 2017.
한국미술사연구소, 『천년의 관음성지 화엄종찰 낙산사의 불상 조각』학술총서53, 한국미술사연구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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