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에 가까운 연적의 동체부에는 각 면이 일정한 간격으로 원이 정교하게 투각되어 가락지 모양으로 연적의 동체부를 궁성하면서 물을 담는 몸체를 감싸고 있다. 물통 역할을 하는 내부에는 해태 모양을 한 신수神獸가 입을 활짝 벌리고 앉아 있다. 전체적으로 물을 담는 해태 모양의 내기內器와 그것을 둘러싸서 장식하는 외기外器로 이루어진 이중 구조를 되어 있다. 안팎의 수도水道를 이어놓아 연적을 기울이면 내기의 물이 외기의 수구로 흘러나온다.
이 연적은 해태 모양의 벌어진 입을 통해 물을 담을 수 있고, 담은 물은 해태 모양 몸통 아래쪽 측면에 연결된 수도를 따라 기둥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나오도록 장치하였다. 외면을 장식하는 투각기법은 상당히 수준높은 장식기법인데 이 연적은 투각과 상형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조선시대 선조들의 과학적인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연적 내부에 앉아 있는 해태의 머리털과 등 부분에는 철화鐵畵로 세부를 장식하였고, 화문花文이 표현되어 있다. 연적의 굽은 네 모서리를 조각하여 ‘ㄱ’자 모양의 다리굽을 만들었다. 백색의 태토에 담청유를 시유하여 맑고 투명한 빛깔을 내고 있어, 꾸미지 않은 듯 세련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굽바닥에는 모래를 받쳐 구운 흔적이 남아있다.
[작품수록처]
1_ 『조선도자수선』, 조선관요박물관, 2002.
2_ 『朝鮮時代 文房諸具』, 국립중앙박물관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