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여러 가지 음식이 가득 차려진 주안상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아 고수의 장단에 맞춘 명창의 소리를 듣고 있다. 화면 좌측 상단에 아름드리 소나무를 배치하고 우측 하단에 바위를 둔 가운데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모임 그림에 종종 사용되는 원형 구도를 이루었다. 인물 표현에 있어서도 주인공으로 보이는 양반들은 크게 묘사되고 나머지 인물들은 작게 묘사되는 고식적인 양식을 보인다. 나무 그늘 아래 망 건만 쓰고 한가로이 앉아 소리를 듣고 있는 양반들과 기녀들, 구경을 나온 어른들과 아이들, 무리 지어 노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잘 포착하여 한 화면에 담았다. 장신구, 곰방대, 손에 쥔 부채에 그려진 묵죽과 산수, 모란, 청으로부터 수입한 도자기 등의 소품도 자세히 묘사하여 모임이 열린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전달해 준다. 화면 우측 중앙에 곰방대를 물고 서 있는 기녀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자태와 치마가 살짝 들린 모습은 혜원 신윤복이 그린 여인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화면 하단에 술에 취해 누워있는 양반을 희롱하는 아이의 모습은 단원 김홍도나 긍재 김득신의 풍속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티프이다. 전통적인 모임 그림에 사용된 원형구도와 풍속화의 익살스러운 소재가 사용된 점에서 이 그림은 전통적인 풍속화의 맥락을 잇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도판]
혜산 유숙(蕙山 劉淑, 1827-1873), <대쾌도大快圖>
종이에 수묵채색, 104.7x52.5c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작품수록처]
李英介,『朝鮮古書畵總覽』, 思文閣, 1971.
갤러리 현대,「조선시대 풍속화-옛사람의 삶과 풍류」, 두가헌,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