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통 궁중화와 민화, 동시대 미감과 통하다
- 갤러리현대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화이도(畵以道, The Way of Painting)> 전시리뷰
지금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展과 <화이도(畵以道, The Way of Painting)>展은 조선시대 민화와 궁중화의 가치를 살피고 한국 전통 회화가 지닌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현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본관의 작품들은 고미술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 조선 민화와 궁중회화 작품 27여 점을 엄선하여 민화가 지닌 장엄한 시각성, 그리고 동시대적 감각과 맞닿아 있는 창의성을 보여주며 민화를 과거의 장르가 아닌 현대에서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우리 그림임을 주목하였다.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전경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전경

<화이도(畵以道, The Way of Painting)> 전시 전경

<화이도(畵以道, The Way of Painting)>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을 살펴보자. <까치호랑이(호작도)>는 민화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까치는 좋은 소식을 불러오고 호랑이는 나쁜 액운을 막는 동물로 주로 새해에 문 앞에 붙인 문배도와 세화로 사용되었다. 호랑이의 다양한 해학적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K-POP 데몬헌터스’에 등장하는 서씨와 더피도 엉뚱한 귀여움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민화 까치호랑이에서 영향을 받았음이 확인된다. 현대 작가 이두원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얻은 천연재료와 먹을 결합한 작업을 하며 즉흥적이며 해학적인 까치호랑이를 선보였다.

마이아트옥션 제55회 메이저 경매 출품작 <호작도>, 종이에 수묵채색, 99×63㎝.
![]() | ![]() | ![]() |
| 다양한 호작도 작품 | ||

이두원, <소나무 아래 도깨비 호랑이와 까치>, 2026, 수제 울에 먹, 아크릴, 과슈, 울실 스티치, 158.5×122.5㎝.

<십장생도 8폭 병풍>, 19세기, 비단에 채색, 201×406.5㎝.

박방영, <본향의 도>, 2022, 장지에 혼합재료, 200x417.6㎝.
<십장생도>는 장수를 의미하는 열 가지 장생물을 그린 그림으로 해, 구름, 산, 물, 바위,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복숭아와 여기에 불로초, 대나무 등을 결합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토속 자연물 숭배와 중국의 신선 사상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 <십장생도 8폭병풍>은 병풍이라는 매체가 가진 압도적인 규모, 조선시대 최고의 기량을 가진 궁중화원이 그린 화면을 가득 채우는 길상 상징의 구성 등이 더해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조선후기 이후 궁중의 도상과 형식은 점차 민화로 스며들어 민중의 상상력이 더해진다. 민화에 나타난 학, 사슴, 거북이의 표현을 보면 친근하다. 현대 작가 박방영의 작품 <본향의 도>는 붓의 힘, 기운생동의 개념을 확장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 | ![]() |
| 거북이 표현 : 십장생도(좌), 민화 어해도(우) | |
![]() | ![]() |
| 사슴 표현 : 십장생도(좌), 민화 장생도(우) | |
![]() | ![]() |
| 학, 소나무 표현 : 십장생도(좌), 민화 장생도(우) | |
<책가도>는 책과 관련된 기물들을 서가에 함께 그린 그림이자 조선시대 학문을 중시한 시대를 반영한 예술이다. 책갑의 기하학적이며 반복된 패턴, 화면을 가로질러 피어있는 매화 등 다양한 기물들이 한데 모여 화려하면서도 조화롭다. 국립현대미술관 2025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김지평은 책가도와 병풍의 형식을 열린 구조로 재해석하였는데, 원색의 색채, 기하학적인 문양과 수평과 수직의 이미지가 잘 드러나며, 안성민은 전통 도상을 현대 오브제와 색채로 구성, 김남경은 자연 직물과 금박을 결합한 책거리 변주를 선보인다.

<매화책거리梅花冊巨里>,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192×318.5㎝.

<책거리 8폭병풍>

김지평, <디바-무巫>, 2025, 3폭 병풍: 나무패널에 한지, 비단 등 혼합재료, 약 165×130㎝.

안성민, <공존_두개의 세상>, 2023, 장지에 혼합재료, 125×191×7㎝.

전 이택균 <책거리 10폭병풍>, 미카 에르테군 컬렉션으로 에르테군의 뉴욕 타운하우스에 걸려 있던 모습 (사진 크리스티)
이 지점에서 미술경매 시장에서도 한국 전통회화를 주목하는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최근 국내외 경매에 등장하는 궁중화, 책가도, 민화 작품들은 작품의 화면 구성, 안료의 상태, 도상의 희소성에 따라 가치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는 전傳 이택균 <책가도 10폭병풍>이 출품되어 추정가보다 30배에 달하는 약 9억 원에 낙찰되었다. 전통과 창의, 장엄함과 실험성이 공존하는 궁중화로부터 민화의 앞으로 미술계와 미술시장에서의 확장성을 기대해 본다.
글. 마이아트옥션 학예사 송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