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國 525年 丙辰 2月 上澣 從2品 前 郡守 石芝 寫
조선 개국 525년 병진년 2월 상한에 종2품 전 군수 석지가 그리다.
[인장] 石芝, 定山郡守 蔡龍臣信章
채용신은 조선 특유의 초상화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서양화법이나 사진술을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이루어내었다. 서양화의 명암법을 수용하였는데, 이는 육리문을 살리면서 붓질을 거듭하여 안면에 음영을 줌으로써 실체감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초상사진에서 는 홍채부분 에 반사광을 살짝 집어넣는다거나 , 배경부분을 어둡게 채색함으로써 인물과 구분시키는 등의 일부 아이디어를 따왔지만, 누구보다도 사진과는 다른 회화로서의 특장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당시 초상사진에서 유행하던 음영법 색채가 배제된 초상기법을 용인하지 않았으며, 번쩍거리는 인공적 광원光源의 반사도 용납하지 않았다.
본 출품작은 흑립黑笠을 쓰고 화려한 두루마기 위에 옥색 전복戰服을 걸치고 그 위에 하얀 세조대를 매고 복숭아 모양의 주홍빛 단추를 달고 의자에 앉아있는 전신 좌상이다. 인물의 배경에는 공간감을 주는 담묵을 발랐으며, 바닥에는 화문석을 깔았다. 안면에는 무수히 선을 반복하여 입체적인 느낌을 표현하였고, 주름과 점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두 손은 소매 밖으로 내어, 오른손은 부채를 들고 왼손은 무릎 위에 내려놓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초상에 그려진 인물이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채용신 초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반영한 수작이다.
[참고문헌]
『한국 역대 서화가 사전』, 국립문화재연구소, 2011.
『석지 채용신 초상화』, 국립전주박물관,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