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에 가까운 연적의 동체부에는 각 면마다 둥근 원 안에 칠보문七寶文과 만卍자문이 투각되어 있고, 원의 외곽 또한 기하학적 문양으로 투각기법을 사용하여 장식되어 있다. 연적의 내부 공간에는 해태 모양을 한 신수神獸가 입을 활짝 벌리고 앉아 있고, 해태의 등에는 호리병 형태의 병이 부착되어 있다. 이 투각연적은 전체적으로 물을 담는 해태 모양의 내기內器와 그것을 둘러싸서 장식하는 외기外器로 이루어진 이중 구조를 되어 있다. 안팎의 수도水道를 이어놓아 연적을 기울이면 내기의 물이 외기의 수구로 흘러나온다.
이 연적은 해태 모양의 벌어진 입을 통해 물을 담을 수 있고, 담은 물은 해태 모양 몸통 아래쪽 측면에 연결된 수도를 따라 기둥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나오도록 장치하였다. 외면을 장식하는 투각기법은 상당히 수준 높은 장식기법으로 이 연적은 투각과 상형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조선시대 선조들의 과학적인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연적의 굽은 능화형의 형태로 굽의 중앙부를 조각하여 다리굽을 만들었다. 백색의 태토에 담청유를 시유하여 맑고 투명한 빛깔을 내고 있어, 꾸미지 않은 듯 세련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굽바닥에는 모래를 받쳐 구운 흔적이 남아있다.
[참고문헌]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빛의과학』, 국립중앙박물관, 2020.
[참고도판]
<백자청화투각만자문방형연적白磁靑畵透刻卍字文方形硯滴>, 19세기, 高 9.2, 11.1×11.1㎝,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