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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탕탕평평》 후기

2024.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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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탕탕평평》 후기

 

 

신년을 맞아 마이아트옥션 직원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와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을 관람하게 되었다. 《스투파의 숲》은 기원전 2세기 경의 무불상시대無佛像時代의 조각들부터 시작하여 5-6세기 경의 불상들까지 불교미술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전시였다. 초기 불교미술에 나타나는 인도 전통 신앙의 모습과 알렉산더대왕의 동방 원정 이후 유입된 그리스 미술의 영향, 북방과 남방을 거쳐 한국과 일본까지 유입된 불교미술의 기원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전시의 제목에서 보이듯이 수 많은 부조에 새겨진 스투파Stupa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는 전시실 동선 중간 ‘스투파 숲속을 거닐다’라는 공간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아주 단순하게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된 스투파부터 화려한 장식으로 조각된 스투파까지 다양한 형식의 부조들이 마치 한적한 숲을 연상시키듯 배치되어 있었다. 이 중 <코끼리의 경배를 받는 스투파>를 보면 스투파 상단에는 나가들이 문양처럼 얽혀 표현되었고, 양 옆으로 코끼리 두 마리가 코로 공양물을 쥐고 한쪽 무릎을 꿇어 스투파에 경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석가모니의 전생과 생애에 등장하는 중요한 나무들과 동물들, 특히 코끼리의 표현은 이미 2천 년 전에 만든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만큼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작품은 토라나Torana에 조각된 코끼리, 사자와 마카라Makara, 그리고 석가모니의 불전 부조였다. 사자는 마치 그리스나 페르시아의 수도에 있었을 것 같은 모습의 상반신이 조각되었으며 이에 맞붙어있는 마카라의 모습 또한 사납고 위엄이 넘치는 형상이었다. 마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고려시대까지도 해수로서 여러 미술에 등장하고 있는 동물이어서 더욱 주목되었다. 마카라의 옆으로는 석가모니의 탄생과 성도, 녹야원에서의 첫 설법과 열반 등 석가모니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들이 조각되어 있다.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룬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주로 팔상도로 그려지는데 토라나에 부조로 조각된 장면들은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이어서 관람한 《탕탕평평》에는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의 탕평 정치에 바탕이 된 여러 글과 이에 관련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탕탕평평》의 초입부는 글로써 붕당의 폐단과 왕권의 정당성을 알리고자 한 노력의 결과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어서 탕평의 의미와 이에 관련한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루며 선보였다. 전시된 서적과 글들은 한 자도 의미없이 쓰인 것이 없었으며, 그림들은 작은 한 장면조차 의미 없는 것이 없어 전시는 글과 그림이 가지는 힘과 이를 이용할 줄 알았던 영조와 정조의 수완을 보여주는 듯 했다.

두 전시를 관람하며 느낀 것은 인류의 정치, 종교, 문화 등은 많은 부분에서 인류애, 즉 인간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석가모니가 사문四門으로 나가 본 것은 늙고 병들어 고통받는 인간들이었고, 빈자와 부자 모두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되는 모습들이었다. 이로 인해 출가를 결심한 석가모니는 깨달은 이후 평생을 설법하며 보냈다. 석가모니의 설법은 진리에 기반하지만 자비가 있었고 사랑이 있었다. 또한 영조와 정조의 탕평책은 올바른 정치를 위함이었고 그 지향점은 백성을 사랑하는 정신에 있었다. 이는 역사에 등장하는 여러 성인들과 수 많은 정치인, 종교인,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들이 남긴 유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칼 에드워드 세이건[Carl Edward Sagan, 1934-1996]은 다큐멘터리와 함께 책으로도 출간된 『코스모스』의 마지막 장을 다음과 같이 맺었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은 드넓은 우주 속에서 지금까지의 유일한 지적생명체인 인류는 그만큼 겸손해야 하며 보다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024년을 맞아 올해에는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서로의 사소한 잘못은 이해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아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주변의 누군가를 미워하고 시기하기 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이아트옥션 김현우

 

 

 

 

 

[참고문헌]

 

이주형, 「佛像의 起源」, 『美術史論壇』3(한국미술연구소, 1996), pp. 366-370.

 

Carl Edward Sagan 저, 홍승수 역,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6), p. 556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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