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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6 14:27

[칼럼] 지금, 우리가 다시 만나는 이순신

[칼럼] 지금, 우리가 다시 만나는 이순신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 리뷰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를 맞이하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2025년 이순신 탄신 480년과 광복 80주년 기념한 특별전으로 기획되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이순신 장군을 가장 많이 떠올릴 것이다. 전시 제목에서 엿보이듯 장군으로서의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보여주며 우리나라 역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에는 난중일기 친필본, 이순신 장검, 서간첩 등 국보 6건 15점, 보물 30건 43점,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9점 등을 포함한 총 258건 369점의 방대한 규모의 전시품이 출품되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일본의 조선 침략을 막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대표적인 대첩으로 한산도(1592), 명량(1597), 노량해전(1598)이 있다. 한산도 대첩에서 그 유명한 학익진 공격으로 승리를 거두었고 명량해전에서는 진도 울돌목의 조수 변화를 이용하여 133척이 되는 일본군과의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하였다. 노량해전은 이순신이 “싸움이 급하다. 단 한명의 조선수군도 동요되어서는 아니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 해전이다.

 

 

“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必死即生 必生即死 ” 

- <난중일기> 1597년 9월 15일 명량해전 전날 밤 -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이순신이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전란 중 7년간 직접 쓴 일기로 국보로 지정되었다. 원래 이순신이 쓴 초고본에는 임진일기, 을미일기 등 해당년도의 제목을 붙였으며, 난중일기란 제목은 이순신 사후 정조 때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를 편찬할 때 초고본을 실으면서 붙인 이름이다. 현충사 소장으로 친필본은 이번 전시에 최초 공개되었다. 난중일기는 개인의 일기이지만 당시 해군 전술 등 전쟁 상황이 상세히 기록되어 군사적 사료로도 연구 가치가 높다.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必死即生 必生即死” 빠르게 써 내려간 그의 서체에서 전쟁 전야의 긴박함과 다가올 전쟁에 초조하지만 이겨내고자 임하는 다짐이 느껴진다. 1597년 4월 19일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슬퍼했다”, 1597년 10월 14일 셋째아들 이면의 부고 소식 ‘통곡’이라는 글자를 보고 그 비통한 심정을 일기에 남겼다. 16일 일기에는 “마음 놓고 울지 못했다”며 지휘관으로서 부하들 앞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이 느껴진다.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三尺誓天

강산이 두려워 떨고 山河動色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一揮掃蕩

피가 산하를 물들이도다 血染山河

1594년에 제작된 길이가 2m에 달하는 이순신의 장검이다. 이순신 종가에 전하며 2023년 국보 지정 이후 첫 공개 되는 전시품이다. 칼날에는 각각 한자가 새겨져 있다. 삼척서천三尺誓天 산하동색山河動色과 일휘소탕一揮掃蕩 혈염산하 血染山河이다. 이는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는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는 뜻으로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검명劍銘과 내용이 같고 이에 따르면 장검의 명문은 이순신 글씨라 한다. 실제 사용했다기보다 전장을 나갈 때 결의를 다지고 삼도수군통제사로의 위엄을 드러내는 의장품으로 사용했으리라 본다. 

 

 

근대기 이순신 영정을 보면, 제작 시기와 화가에 따라 표정, 복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상범의 영정에서는 눈매가 위로 올라간 다부진 모습은 강인한 군사적 리더의 면모가 강조되고, 장우성의 영정는 어깨가 부드럽게 내려가고 군복이 아닌 관복을 착용한 모습으로 덕망 있는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 본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이순신은 까칠하고 예민한 군사의 느낌이다. 이는 각 시대에서 이상적 인물상을 이순신 초상화에 투영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순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해군이다. 이순신의 거북선은 1899년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가 세계 최초 철갑선으로 소개하였고, 영국 역사학자 제레미 블랙Jeremy Black 등이 이순신의 전술과 지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전 세계에 K-문화 열풍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외국인 관람객이 늘어나는 지금, K-장군인 이순신의 광화문 동상, 충남 아산의 현충사 등 장군을 기억하는 전국 명소에도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리라 기대해 본다.

 

 

이 외에도 임진왜란에 관한 많은 기록과 그림들, 전쟁에 실제 사용했던 무기 등을 볼 수 있으며 거북선을 타고 전쟁을 나간 순간을 실감 영상으로 제작하여 전쟁의 장면을 현장감 있게 보여준다. <부산진 순절도>는 임진왜란의 첫 전투인 부산진 전투를 그린 그림으로 왼쪽에 부산 바다에 정박한 일본군의 배가 빽빽하다. 오른쪽에는 조선 병사들이 일본군에 대항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새로운 해전 전술의 필요성을 느끼고 정기적으로 대규모 연합 훈련을 하였는데, <수군조련도병>은 조선 후기 수군의 훈련 모습을 그린 것이다. 전쟁의 승리는 이순신 혼자 이룬 것이 아닌 당시 우리와 같은 국민들이 함께 싸워 이겨낼 수 있었다. 

 

전시 외에 더불어 마이아트옥션은 근현대 서예가 1세대인 원곡 김기승(​原谷 金基昇, 1909~2000)의 서예를 소개한다.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이순신 장군이 쓴 한시인 <진중음陣中吟> 중의 구절을 썼다. 내용은 '誓海魚龍動 서해어룡동 盟山草木知 맹산초목지'이다.  왜적의 침입으로 어려워진 조국을 구하기 위한 각오를 읊은 시로, 해석하자면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라는 뜻이다.  이순신의 굳은 결의를 담은 이 한시처럼 여러분도 올 한해 씩씩하고 희망찬 결심을 다지며 시작하시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늘날 왜 여전히 이순신을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그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가. 흔들림 없는 이순신의 모습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글. 마이아트옥션 학예사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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