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정해년(1887)인 허련이 80세 때 梅·蘭·菊·竹·松을 그린 화첩이다. 매화, 국화, 소나 무가 각 2폭, 난과 죽이 1폭, 난과 죽이 함께 그려진 작품이 1폭으로 총 9폭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첩의 표지에는 ‘八十翁?墨’이라 표제表題가 쓰여있다. 희묵?墨이란 자신의 그림이나 글씨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며, 80세 노인인 허련이 직접 쓴 표제表題이다. 첫 폭에는 양만리의「蘭花」의 시 2구절이 쓰인 묵란도墨蘭圖로 시작을 한다. 사군자인 매·란· 국·죽 외에도 허련이 좋아하여 자주 그렸던 소나무를 추가하여 그렸다. 모든 작품은 채색이 전혀 없는 먹으로만 그려졌으며, 각 작품마다 주제에 맞는 화제들을 적어놓았다.
마지막 폭에는 “丁亥 小春 初吉 一筆寫了 老痴 時 年 八十 擲筆快飮’ 정해년 소춘(음력 10월) 초 길일에 일필로 그렸다. 노치 80세. 붓을 던진 뒤 술을 실컷 마셨다.”라고 되어 있어, 그려진 시일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현재 이와 같이 원첩原帖으로 구성된 허련의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에만 소장되어 있고, 9첩으로 되어있는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