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도>는 해·달·구름·산·돌·물·학·사슴·거북이·소나무·대나무·영지·복숭아와 같이 항상성, 불변성, 장수를 상징하는 자연물과 동식물 중 10가지의 화재로 구성된다. 십장생도는 도교와 신선설神仙設 등을 사상적 배경으로 하여 불로장생에 대한 꿈과 희망을 표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상도吉祥圖이다. <십장생도>는 본래 고려시대부터 궁중과 상류계층에서 사용하였고, 조선시대 세화로 그려졌을 뿐만 아니라 궁중에서 특히 선호했던 길상의 주제였다. 청록진채화풍의 화려한 색채와 선경仙境에 신령스러운 동물들이 그려진 십장생도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무병장수와 만수무강을 기원하기에 십장생도상이 매우 적절한 상징물이라 여겨졌는지, 임금이나 왕세자의 국혼國婚, 대왕대비나 왕비의 회갑연回甲宴 등 궁중의 중요한 행사에 축원하며 행사장을 상서롭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는 조선시대 의궤의 기록과 궁중행사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별도의 계병 형식으로도 그려져 왕실의 만수무강을 축원한 것으로 보인다.
본 작품의 크기는 세로 117cm, 가로 375cm이며, 8폭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단에는 하늘에 해와 은은히 퍼져있는 구름,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백학이 배치되고, 암산과 폭포를 배경으로 세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진 사슴들이 커다란 소나무와 바위 사이를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모습, 좌측 하단에는 네마리의 거북들이 부유해 있다. 짜임새 있게 잘 표현한 수작으로 궁중화원의 작품으로 판단된다.
현재 알려져 있는 <십장생도>는 대부분 조선후기와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화서 화원이 그린 궁중장식화는 낙관이 없기 때문에 작가와 제작시기를 정확히 알기는 쉽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주요 십장생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십장생도팔곡병十長生圖八曲屛>[참고도판 1], 삼성 미술관 Leeum 소장 <십장생도십곡병十長生圖十曲屛>[참고도판 2],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십장생도십곡병十長生圖十曲屛>[참고도판 3])과 연관성을 가지는 본 작품의 사슴, 복숭아나무, 붉은 영지 등 세부적인 표현은 [참고도판 1]과 같이 고식의 형식으로 표현되었고, 화면 좌우측에 복숭아나무, 전면에 6그루의 소나무, 산 속에 사슴들을 배치한 화면 구성은 [참고도판 2, 3]과 유사하다. [참고도판 2, 3]의 <십장생도>에는 [참고도판 1]과 달리 문양 표현에 있어 형식화_도식화되어 표현되었으며, 색의 표현 방식에 있어 19세기 후반 국내에 유입되었던 서양안료西洋顔料인 양청洋靑_양록洋綠 등이 주조로 사용된 점, 서양안료의 사용으로 인해 후대로 갈수록 백학 이외에 청학, 황학 등이 나타나는 현상에서 시기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본 <십장생도>의 도상은 [참고도판 1, 2]보다 [참고도판 3]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참고도판 3] 작품은 서양 안료를 주조로 사용하여,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묘사로 십장생도를 표현한 점, 청학과 황학이 등장하는 점을 통해 고식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십장생도> 보다 후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본 작품의 화면 전면에 배치된 6그루의 소나무는 회화적인 먹선을 사용하여 그린 [참고도판 1, 2]에서 보이는 소나무와는 다른 양식으로, 소나무의 줄기와 가지, 잎의 묘사에 있어 형식화된 모습이 확인되다.
이를 통해 본 작품은 고식의 필치 속에 소나무와 바위, 산 등 형식화된 요소가 공존하는 작품으로 판단되며, 국립고궁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십장생도>[참고도판 4]에서 보이는 형식화되고 도식화된 화풍이 확립되기 이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조선후기 왕실이 추구한 미감美感과 궁중회화의 아름다움을 관조觀照해 볼 수 있는 <십장생도>는 국내에 현존하는 수가 매우 적고, 그중 수작으로 알려진 <십장생도> 가운데 고식에서 형식화되는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사례가 없기에 본 작품은 매우 높은 연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참고도판]
1. <십장생도병풍>, 비단에 채색, 각 133.3×51.8㎝, 국립중앙박물관.
2. <십장생도병풍>, 비단에 채색, 210×552.3㎝, 삼성미술관 Leeum.
3. <십장생도병풍>, 비단에 채색, 187.5×350.4㎝, 국립고궁박물관.
4. <십장생도병풍>, 비단에 채색, 149×442.8㎝, 서울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