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란示佑蘭>은 제주에서 유배시절 김정희가 그린 대표적인 난초 그림으로 서자 상우에게 그려서 보여준 난초 그림이다. 이 작품에는 간기가 쓰여있지 않으나 글과 화제의 글씨, 그리고 제작배경으로 보아 제주도 유배시절 아버지의 귀양살이를 돕기 위해 찾아온 서자 상우를 위해 김정희가 그린 것으로 보인다.
상우가 제주도에 왔다는 사실은 완당의 편지 곳곳에서 보인다. 양아들 상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상우는 아직 그리 아픈 데가 없다”고 했고, 막내아우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상우는 심하게 아픈 데는 없으나 수시로 폐가 아파서(건강치 못하여) 걱정이다”라고 했다.
또 막내아우에게 보낸 또 다른 편지에서는 해배되어 제주를 떠나는데 ”아들아이[兒子]가 정밀하고 꼼꼼하여 7일 이내에 10년 동안의 번잡한 일을 다 처리했다”고 했으니, 상우는 뒤늦게 제주도에 갔다가 완당의 해배길에 같이 온 것을 알 수 있다.
상우는 진작부터 난초그림에 관심이 많았던지 『완당선생전집』에 실려 있는 상우에게 보낸 편지는 난을 치는 법에 대한 가르침으로만 되어 있다. 김정희는 이런 아들 상우에게 화면 중앙에 난초를 쳐 보이고 우측에 화제를 썼다.
김정희가 아들에게 시범을 보인 이 난초그림은 권돈인에게 그려준 것보다 훨씬 필법이 정법正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아마 모범을 보이려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난초그림에서 아름다운 자태보다는 천연스러운 필획의 멋을 추구 한 것을 느낄 수 있다.
寫蘭 亦當自不欺心如 一撇葉一點瓣 內省不疚 可以示人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雖此小藝 必自誠意正心 中來 始得爲下手宗旨 書示佑兒.
난초를 그릴 때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잎 하나, 꽃술 하나라도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게 된 뒤에야 남에게 보여줄 만하다. 열 개의 눈이 보고 열 개의 손이 지적하는 것과 같으니 마음은 두렵도다. 이 작은 기예도 반드시 생각을 진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비로소 시작의 기본을 얻게 될 것이다. 아들 상우에게 써 보인다.
[인문] 羼提居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