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출품작은 당대 이백(李白, 701-762)의 시인 <산중여유인대작山中與幽人對酌>의 첫 구절을 쓴 시의도詩意圖로 단구丹邱라 착함著銜을 했다.
[인문] 一券石山房, 士能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兩人對酌山花開 두 사람이 술 마시는데 산에 꽃이 피었네
一杯一杯復一杯 한 잔 두 잔 그리고 또 한잔 서로 권했네
我醉欲眠君且去 술 취한 내가 곯아 떨어지면 그대 가게나
明朝有意抱琴來 아침에 내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던가.
시의 내용을 보면 유인幽人이 속세에서 찾아온 손님과 술을 마시는 내용으로 서로 격의 없이 친한 사이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이백은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하나라 할 만큼 유명한 시인이고 또한 이백의 시 중 <산중여유인대작>은 가장 유명한 시 중 한 수이다. 또한 이는 이백의 시 중 <장진주將進酒>, <춘야원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등과 함께 한국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백의 시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민간에서 주석본이 상당히 간행된 것으로 생각되고 『이백시언해李白詩諺解』 등 민간 언해본 또한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는 정조(正祖, 재위 1776-1800)의 명교적名敎的 목적의 화업 추진에 따라 화원으로서 명교적 의미의 시의도는 물론이고, 문인 취향의 유가적인 시의도와 선불적 성격의 시의도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왕유(王維, 699-759), 두보(杜甫, 712-770), 이백, 소식(蘇軾, 1037-1101) 등 다양한 시인의 서정적 시 역시 시의도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단원이 그만큼 시를 애호하고 문예적 기량이 뛰어났음을 반증하고 있다.
본 작품은 화면 중앙 언덕에 앉아 술잔을 나누는 두 명의 인물을 그리고 주위로 산수 배경을 표현하고 있다. 우측 상단으로는 시의 내용에 부합하는 꽃나무가 표현되고 있다. 화면의 구성과 구도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속세와 은일의 경계를 교묘히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인다.
[참고문헌]
이석호, 「李白이 韓國 時調에 미친 影響」, 『延世論叢』20, 연세대학교 대학원, 1983.
신하윤, 「『李白詩諺解』를 통해 본 朝鮮後期 李白詩의 수용 양상」, 『중국어문학논집』130, 중국어문학연구회, 2021.
조동원, 「단원 김홍도의 시의도(詩意圖) 연구」, 『동양예술』37, 한국동양예술학회,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