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조선시
대만을 살펴보더라도 소나무에 관한 여러 문헌 기록들이 현전하고 있으며 이를 통
해 볼 때 오랫동안 소나무는 그림의 주제로서 꾸준히 제작되어 문화적 영감의 원천
이 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소나무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이면서 탈속脫俗, 은일隱逸, 지조志操, 절
개節槪, 축수祝壽 등 군자의 덕목을 비롯하여 안녕을 상징하는 등 많은 의미로 받
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소나무는 수많은 산수화를 통해 꾸준히 등장하였음은 물
론이고 조선 후기에는 특히 단독으로 그린 소나무 그림과 송하인물도松下人物圖
형식의 소나무 그림 등이 활발히 제작되었다.
본 작품은 소나무 좌측 아래에서 신을 벗고 곰방대를 입에 물고 쉬고 있는 선비와
우측 아래에서 당나귀와 함께 앉아서 쉬고 있는 시동을 그리고 있다. 선비와 시동의
뒤 중단에는 언덕과 길로 구획된 논이 표현되어 있고 소나무는 하단 중앙에 뿌리를
두고 우측으로 치우쳐 뻗어 올라가며 화면을 좌우로 양분하고 있다. 소나무의 가지
는 좌우 아래로 넓게 뻗으며 상단을 메우고 있다.
소나무의 줄기를 보면 윤곽은 선묘로 명확하게 표현하였고 윤곽의 안쪽으로는 어린
준魚鱗皴으로 껍질을 표현하였다. 가장 안쪽은 비워두어 전체적으로 입체감을 살리
고 있다. 소나무의 잎은 수레바퀴 모양의 차륜법車輪法으로 그리고 담묵을 입혔다.
전체적으로 소나무의 뿌리는 좌측으로 치우쳐 강인하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줄기는
우측으로 치우쳐 올라가 상단은 잎으로 메우고 있다. 화면 좌측의 앉아서 휴식을 취
하는 선비의 공간을 비교적 넓게 주어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구도와 공
간구성을 보여준다.
본 작품은 인물과 당나귀 등을 비롯하여 전체적인 특징에서 김홍도(金弘道, 1745-
?)의 필치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소나무 표현의 특징으로 보면 안정감있는 비스듬한
구도와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생략되지 않은 완숙한 필법 등
이 확인된다. 이는 김홍도의 개성이 확립되고 원숙한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되는 전
기에서 후기로 진행되는 중간 시기의 작품으로 추정해 볼 수 있겠다.
[참고문헌]
안정선, 「檀園 金弘道 繪畵에 나타난 樹木表現 硏究」,
전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학위논문, 1999.
함은혜, 「조선 후기 소나무 그림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
원 고고미술사학과 석사학위논문,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