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도는 장수 상징물에 ‘상서’, ‘많음’, ‘충만’, ‘무한’, ‘영원함’ 등의 의미를 결합하여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그림이다. 고려 시대부터 궁중과 상류계층에 의해 사용되었으며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왕이나 왕세자의 가례, 대왕대비나 왕비를 위한 수연壽宴과 같은 왕실의 중요 행사에 십장생도를 사용했다.
10폭으로 연결된 본 작품은 <해, 구름, 학, 소나무, 영지, 바위, 사슴, 거북이, 물, 대나무>의 10가지 소재로 그려졌다. 71송이의 영지, 8마리의 사슴, 4마리의 학, 2그루의 소나무, 2마리의 거북이, 이러한 짝수 및 배수의 균형은 우주의 조화, 일상세계를 초월한 장생불사의 장소인 심산유곡深山幽谷 속 선계仙界를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양의 둘레는 밝고 가는 선으로 테를 둘렀고 구름 역시 검은 먹선 안쪽으로 다시 흰색 선을 그어 구불구불한 형태를 강조하였다. 태양 주변으로는 백학과 청학 두 쌍이 노닐고 땅에는 뿔 달린 세 마리의 수컷과 암컷, 새끼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영지靈芝를 물고 있는 모습이다. 특유의 수증기를 뿜으면서 포말을 일으키며 헤엄치고 있는 거북이의 등 무늬는 먹선으로 정교하게 그렸고 입과 다리는 붉은색으로 장식했다. 돌과 언덕에는 청색과 녹색 채색 위에 작은 태점을 찍고, 땅에는 단선점준을 찍어 경사면의 음영을 표현했다. 소나무 둥치부터 기둥 전체에 세밀하고 화려한 태점장식 또한 돋보이는 점이다. 힘차게 낙하는 네 개의 물줄기는 화면 전반에 고루 분포되어 8폭을 메우며 그 사이는 사물들이 층을 이루면서 원경과 근경의 공간감이 돋보이는 서양화의 원근법적 구성이 돋보인다.
본 작품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 전면에 영지가 뒤덮여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십장생도에는 양쪽에는 천도복숭아 나무가 중심에는 소나무가 배치된 것에 반해 독특한 구성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참고도판1] 이와 유사한 작품은 1880년에 제작된 미국 오리건대학교조던슈니처박물관 소장본(이하 오리건대소장품)이 있다.[참고도판2]
오리건대소장품 2폭에는 1879년(고종 16), 여섯 살의 왕세자(후에 순종이 됨)가 천연두에 걸렸을 때 치료를 맡았던 의약청의 관리들이 써 있다. 1879년, 당시 왕세자였던 6살의 순종純宗이 두후痘候 즉 천연두에 걸렸던 때였다. 왕통을 이을 세자의 안위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고, 순종의 천연두 회복에 대한 고종의 근심이 매우 컸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따라서 후에 완쾌된 왕세자의 천연두 회복은 큰 기쁨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치료에 참여했던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이유원 등 14명의 주도로 <십장생도>를 제작하게 되었고, 이후 1920년대 테일러 상회를 통해 오리건대학교에 소장되었다. 두 작품 모두 무탈하게 무병장수를 누리길 기원하는 의미로 특별 제작된 작품으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