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朝感唫
생일을 맞은 감회
虛費光陰九九年 헛되게 열 여덟해 세월 이리 보내고서
更逢此日感懷先 오늘 다시 생일 맞으니 감회가 새로워
追想往事渾如夢 지난 날을 회상하니 꿈 같이 지났는데
欲使餘生付古篇 남은 내 삶은 옛 책을 보며 살아야겠네
萬物當春皆自得 봄 맞아 삼라만상 모두 새싹을 내는데
一身明德孰能全 이 내 몸 밝은 덕은 누가 온전히 하랴
良朋親族欣相接 좋은 벗과 친족들 가쁘게 나를 맞는데
半晝淸談聊作仙 반나절 고상한 이야기에 신선 된 듯해.
澗松 간송
죽하竹下 시종侍從 송창용宋暢用 · 제월당霽月堂 8세손이 나를 찾아와 함께 제월당霽月堂*
의 운자韻字에 차운次韻하다.
幸有良朋渴飮如 좋은 벗을 만나는 걸 갈증이 나는 듯 해
多聞詩學送居諸 시화 학문 견문 많게 세월을 보내셨다네
攻玉他山能以石 타산의 돌을 가져다 옥돌을 만드셨는데
見金菜圃孰揮鋤 채마 밭 보이는 금 누가 꺼내 김 메랴
瑞雅儀容超俗類 상서로운 님의 모습 속인 뛰어넘었는데
殷勤情話講詩書 따뜻한 말씀으로 시와 서를 함께 논했네
格言佳句頻頻誦 우리 자주 격언과 아름다운 시구 노래하니
精采生光陋草廬 그 빼어남이 누추한 내 초가집에 빛났지.
澗松 간송
*제월당霽月堂은 송준길宋浚吉의 문인인 송규렴(宋奎濂, 1630-1709)의 호이다. 송시열,
송준길과 함께 ‘삼송三宋’으로 일컬어졌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