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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억 낙찰, 치킨컵이 도대체 뭐길래? ​

2023.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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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억 낙찰, 치킨컵이 도대체 뭐길래?

2014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겨우 지름 8㎝짜리의 자그마한 술잔이 무려 우리나라 돈으로 380억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낙찰자는 류이첸劉益謙이라는 인물로, 택시기사였지만 후에 1조가 넘는 상하이의 금융재벌이 된 인물이자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왜, 이토록 작은 잔을 이렇게나 큰 돈을 주고 샀을까요? 오늘은 이 작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류이첸이 구매한 이 잔은 명나라 성화제(成化帝, 재위 1465-1487) 때 만들어진 것으로 닭이 그려진 잔이라는 의미의 치킨컵, 한자로는 계항배鷄缸盃라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서 속 성화제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보석이나 서화류와 같은 사치품 수집에 열을 올린 황제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욕구 덕택에(?) 이 시기 황실 자기를 소성했던 경덕진景德鎭에서는 유리같이 매끄러운 질감에 매우 얇은 기벽을 자랑하는 우수한 몸체와 화려한 장식의 도자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계항배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계항배를 다시 살펴봅시다. 계항배의 몸체에는 다섯 마리의 닭과 모란문, 호수와 괴석, 난초가 청화와 다채로운 색채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토록 작은 잔이지만 그림의 섬세함은 물론이고, 성화연간 도자 제작 기술의 아주 정점을 보여주는 ‘투채’라는 기법이 담겨있습니다. 투채는 청화안료로 문양의 윤곽을 그리고 그 위에 유약을 입힌 후, 다시 색색의 안료를 유약 위에 칠한 후 또 고화도로 구워내는 방식입니다. 이 투채는 조선시대 후기에도 볼 수 없는 첨단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도의 작업방식 때문인지, 투채로 제작된 전세품은 단 몇 점만 알려져 매우 희소하기도 합니다.

이 계항배가 우수한 도자기가 생산되었던 성화 연간 경덕진에서 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투채로 제작된 희소한 자기라는 점 외에도 이렇게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의 기록에 따르면 명대 말기인 만력 연간에 이르러 계항배의 가격이 성배成盃와 함께 무려 은 백금 1만 냥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책에서는 그 값이 10만 냥이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당시 물가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풍년일 때 은 1냥이 쌀 8, 9석이었으며 강남의 조세 400만석이 은 100만 냥으로 납부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즉 명대 말기에 이미 계항배의 가격은 어마어마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380억이라는 금액은 여전히 상상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류이첸이 지불한 380억이라는 금액은 단순히 작품의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님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 마이아트옥션,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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