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 윤제홍鶴山 尹濟弘이 심의진(沈宜晉, 1782-?)으로부터 시찰詩札을 받고서 화답和答한 자작 친필 시고詩稿이다.
본 출품작에는 시가 언제, 누구에게 쓰여졌는지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화가가 쓴 글 중에는 이런 경우가 극히 드물다.
乙丑孟春 鶴山 景道 酒未醒 口號
을축년 초봄에 학산鶴山 경도(景道, 윤제홍의 자字)가 시를 입으로 불러서 정와 심경소(靜窩 沈景昭, 심의진)에게 써주다.
심의진(沈宜晉, 1782-?) 본관은 청송靑松. 자는 경소景昭, 호는 정와靜窩이다. 통덕랑通德郞 심능렬沈能烈의 아들로 1822년, 41세에 진사시에 합격한 뒤 면천군수, 문의현령, 양양부사, 장원서 별제, 사도시 첨정 등을 역임했다 1869년(고종 6)에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윤제홍(尹濟弘, 1764-?)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경도景道, 호는 학산鶴山 또는 찬하餐霞이다. 이재李縡의 문인門人인 윤득수尹得壽의 손자이며, 윤석복尹錫復의 아들이다. 고향은 양주, 19세기 초 화단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 문인화가로서, 조선 말기에 유행한 이색화풍에 영향을 미쳤다. 남종문인화풍의 산수화가 유작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중에는 높은 화격을 보여 주는 작품도 전해진다. 특히 지두화指頭畵에 능하여 여러 폭의 지두화첩을 남겼다. 작품에 적힌 제기題記 중에는 정선鄭敾, 심사정沈師正, 이인상李麟祥 등의 화풍과 스스로 비교한 것들이 있으며 때로는 이들을 방작倣作한 것도 보인다. 특히 <고사도高士圖>, <옥순봉玉筍峯>[참고도판], <모루관폭도茅樓觀瀑> 등에서는 이인상의 영향이 뚜렷하며 제발에도 그렇게 기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