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은 너저분한 일상용품들이 어지럽게 놓이는 것을 피하고 실내를 정갈하게 비워두려 한 선비의 지혜와 미감이 엿보이는 가구이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문방구와 생활에 필요한 소품들을 보관하는 것이 주용도이나 천판天板 위에 도자기나 공예품 등을 얹어 진열함으로 사랑방과 서재에 운치를 더했다.
사용되는 용도에 따라 책문갑(冊文匣 책상을 겸한 것), 난문갑(亂文匣 장식 공간이 많은 것), 당문갑(唐文匣 장식성이 강한 중국식 문갑)으로 나누어진다. 문갑의 재료로는 소나무, 오동나무, 오류목烏柳木, 배나무, 수창목水蒼木, 먹감나무 등이 주로 쓰인다.
본 출품작의 경우 전면과 측면은 용목龍木으로 내부는 괴목槐木으로 제작되었다. 중앙에는 3층의 서랍을 배치하고 서랍의 좌우에는 문갑을 배치하였는데, 두 개의 문이 한 조條를 이루는 쌍문갑의 형태이다. 좌우 문갑의 양측과 하단에는 능화형菱花形의 경첩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화려한 의장意匠의 효과를 주었다. 중앙 서랍에 달린 경첩 역시 능화형으로 가장자리를 음각선으로 한 번 더 정리하였으며, 손잡이는 투각의 ‘?’ 형태이다. 내부는 단삼층으로 하단부터 3, 2, 1개씩 좌우 측에 각각 6개의 서랍이 숨겨져있다.
문에 잠금장치가 달려있어 이 서랍들은 귀중한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랍 내부에는 먹으로 서랍 순서가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