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津翫月 천진교에서 달을 즐기다.
檀園 단원
[인문] 千山主人, 士, 能
본 작품은 김홍도가 송나라 소옹(邵雍, 1011-1077)의 고사를 그린 작품이다. 소옹은 주돈이, 사마광 등과 함께 북송 육현六賢으로 불리며 남송 주자학 성립에 영향을 준 신유학의 이론가이다. 옛 선비들은 중국의 성현을 흠모하여 그들의 행적을 본받아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려 노력했다. 고사인물화를 지속적으로 그리 게 된 이유도 그러했을 것이다. 따라서 소옹의 행적은 화가들에게 그림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어초문답漁樵問答’, ‘화외소거花外小車’, ‘천진두견天津杜鵑’이 그러하다. 그중 본 작품의 소재는 ‘천진 두견’이다. 소옹은 천진교를 거닐다가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는다. 두견새가 남쪽에서 낙양으로 올라온 것은 반대의 흐름으로 불길한 기운의 징조임을 느끼며 몇 년 뒤 남쪽 사람이 재상으로 등용하여 천하가 혼란에 빠질 것을 예언한다. 땅의 기운이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야 세상이 평온한데 지금은 반대이며, 이 기운을 두 견새가 가장 먼저 알아챈 것으로 풀이한 것이다. 이 일화는 소옹의 신통력을 알려주는 이야기로 유명하여, 중국을 넘어 한국 설화 속에도 유입되었다. 김홍도는 화제를 ‘천진두견天津杜鵑’이 아닌 ‘천진완월天津玩月’로 썼다.
화폭에는 두견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만 존재한다. 중앙에 낮은 나무가 위치하고 좌로는 하늘에 고요히 달이 떠 있고 우로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다리 위에서 달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인물과 그의 지팡 이를 맞잡은 동자가 있다. 화제 좌측에는 단원이라 쓰고 '사士', '능能' 도장이 찍혀있다.
두인인 '천산주인千山主人'은 1791년에 고송유수관 이인문이 그린 <송석원시회도>에 적힌 김홍도 글 말 미에 찍힌 것이다.
[참고문헌]
송희경, 「소옹과 그의 고사도」,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 태학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