妥尾橫行 꼬리 흔들며 이리저리 다님에
空谷風生 텅빈 계곡에 바람을 몰아치네
轉目晶滎 눈 굴려서 수정처럼 밝게 뜨니
松月失明 솔에 걸린 달 그 밝음 잃었네
虎兎竄伏 호랑이와 토끼들 얼른 숨으니
宜山君名 산군이란 그 이름 참 마땅해.
光山金氏 광산 김씨
聖九*甫作 성구가 그리다.
[인장] 松庵
*聖九: 김달황의 字이다.
통신사 사절단 속 화가들은 일본에 호랑이 그림을 다수 남겼다. 또한 왜관을 통한 호랑이 그림 주문도 계속되었다. 호랑이는 벽사, 무사의 위용과 최고 권력의 권위를 상징하므로 가죽과 함께 그림 또한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본 작품 역시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으로 전해진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화면 중앙을 기점으로 소나무가 대각선으로 뻗은 구도를 갖추고 있다. 그 아래로는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 한 마리가 그려졌는데, 굳은 마음과 변치 않는 절개를 의미하는 듯 용맹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화면 상단 밝은 달은 작품의 주인공인 호랑이를 비추는 듯 둥글게 떠 있다. 이러한 작품은 조선의 호랑이를 갈망하였던 일본 무사들의 취향에 맞춰 그려진 것으로 생각된다. 김달황은 현재까지 전해지는 인적 사항이 없으나 본 작품을 통해 '광산김씨'라는 것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