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5월 2일,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는 본 작품 ‘#313(147.5×100 ㎝)의 작업을 시작했다.’라며 작품에 ‘녹색 음영 a shade of green’이라는 애칭 을 붙였다.
[작가노트]
May 2, 1973 I have begun No.313: a shade of green.
뉴욕에서의 그의 작품은 60년대 자연물의 구상표현에서 점차 점 선 면으로 대체 되면서 내면세계의 서정적 표현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표현법이 본격적으 로 시작된 70년, 무한히 확장되는 사유세계를 펼치기 위해 그는 대형 화폭을 선 택했다. 얇은 코튼 위에 찍힌 수많은 점들은 색의 농담을 달리하며 리듬의 강약 을 자유롭게 변주한다. 또한 이 점들은 사각의 공간에 각각 부여되고 유기체적 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우주를 탄생시켰다. 마치 수묵화처럼 물감의 농담과 번짐 으로 찍힌 그의 작품은 한국화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고국에 대한 수천 가지의 것들을 생각하며 찍어나갔던 그의 점에는 그리운 사람, 우리의 강 산이 투영되 며 온통 별의 반짝임으로 가득 메워진 것이다.
1970년 1월, 그는 자신이 그리는 선이 하늘의 한계를 넘어설까? 그리고 그리는 점 들이 별처럼 밝게 빛날 수 있을까? 하며, 눈을 감으면 조국의 강과 산이 더 선명하 게 보인다고 했다. 산과 달, 구름. 우리의 ‘자연’을 그리워한 그는, 그의 호 수화(樹 話: 나무와 이야기하다.)처럼 자연과 합일되어 살아가려는 한국인의 정서를 함축 하여 화폭에 담은 것이다
이처럼 본 작품 또한 그의 고향, 신안의 밤바다 위에 무수하게 쏟아진 별들을 중 첩된 5개의 원으로 표현했으며, 화면 중앙에는 격자의 흰 선으로 바다 끝 수평선 과 맞닿은 자신이 바라보는 하늘 영역을 구획하고, 중앙 2개의 원 실루엣으로 고 국의 능선을 그려나갔다.
1973년 5월 7일, 그는 본 작품 #313을 끝냈다며 ‘기분 좋은 날’이라며 유일하게 행복을 기록했다. 이 기록을 미루어보아 본 작품은 김환기의 점화 중 그의 맑은 영혼이 투영된 가장 빛나는 작품일 것이다.
[작가노트]
May 7, 1973 I have finished No.313. It is a pleasant day...
1974년 7월 25일, 수술을 위한 입원 직전까지도 작품 #338을 그리며 붓을 놓지 않았던 김환기. 고작 19일 만인 61세에 허망하게 맞이한 죽음은 그가 곱씹으며 찍어나간 점화처럼 가슴의 울림과 눈물의 떨림으로 다가온다. 수화 김환기 작고 50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가장 맑고 푸른 작품을 출품할 수 있게 해주신 소장자분 께 감사를 전한다.
[참고문헌]
Kim HyangAn, 『Whanki Vie et Oeuvre : Life and Work』, Maeght Editeur, Paris, 1992. 환기미술관,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