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면] 王石谷自題 秋山淸爽圖云 不在古法 不在吾手 又不在古法 吾手之外 一筆端金剛杵 在脫盡習氣 왕녹대王麓臺가 스스로 추산청상도秋山淸爽圖에다 쓰기를, 내 고법에도 있지 않고 내 손에도 없으며, 또한 고법과 내 수법 밖에도 있지 않다. 한 자루 붓끝의 금강저金剛杵는 습기習氣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다.
乙酉冬 在定安府之郭南精舍 試老眼摹古 時年八十 을유년(1885) 겨울에 정안부定安府의 곽남정사에서 노안으로 옛 첩을 따라서 써보았는데 당시 내 나이가 팔십이었다.
小癡許鍊 소치 허련
[인문] 小癡
[1폭] 擬楳華道人 茮公 매화도인 초공*을 흉내내서 그리다.
*매화도인은 중국 원元 오진(吳鎭, 1280-1354)이다. ‘원사대가元四大家’ 중의 한 사람이다.
[2폭] 仿巨然橫山圖 거연횡산도를 본뜨다.
[인문] 小癡
[3폭] 仿 黃一峯 富春山圖 황일봉의 부춘산도를 본뜨다.
[인문] 小癡
[4폭] 倣倪雲林 溪亭竹樹圖 예운림의 계정죽수도를 본뜨다.
[인문] 小癡
[5폭] 效郭河陽 黃子文 곽하양 황자문을 본받다.
[인문] 小癡
[6폭] 倣田水月畵 전수월의 그림을 본뜨다.
簷扉四面空中啓 섬돌과 사립은 모두 허공에 열렸고 山翠千重窓裏來 천겹 푸른 산기운 창으로 들어오네.
原題 본래의 화제
[인문] 小癡
[7폭] 擬胡長伯畵 호장백의 그림을 본뜨다.
[인문] 小癡
[8폭] 擬夏圭畵 하규*의 그림을 본뜨다. *하규夏圭는 남송南宋 때의 저명 서화가이다.
[인문] 小癡
[9폭] 元人畵 梅花書屋 원나라 사람의 그림 매화서옥
[인문] 小癡
[10폭] 米友人法 미우인*법
*미우인(米友仁, 1074-1153)은 북송北宋 때의 저명 서화가이다.
[인문] 小癡
[11폭] 道人寫竹並枯叢 도인이 마른 덤불과 대나무를 그려놓으니 却與襌家氣味同 문득 불가의 분위기와 그 기미가 비슷해 大抵絶無花葉相 대개 꽃잎의 화려한 모습일랑 아주 없고 一團蒼老暮烟中 저녁 연기 속에 한떨기 우아하고 힘차네.
徐文長題 枯木竹石詩 서문장*이 쓴 고목죽석시이다.
*서문장徐文長은 명말明末의 시인인 서위(徐渭, 1521-1593)의 자字이다.
臨東坡居士 동파거사를 본뜨다.
[인문] 小癡
[12폭] 鐵幹生春 강철 같은 줄기에 봄이 싹트다.
[인문] 小癡
[13폭] 額上玄工 나무 위에 오묘한 솜씨를 부리다.
[인문] 小癡
[14폭] 高竿拂雲 높다란 가지에 구름이 맴돈다.
[인문] 小癡
[15폭] 空谷淸香 텅빈 계곡에 맑은 향기가 풍기다.
[인문] 小癡
[16폭] 國色*天香 모란의 빼어난 향기
*국색國色은 모란의 별칭이다. 모란의 비범한 향기와 색깔을 국색천향國色天香이라 한다.
[인문] 小癡
[17폭] 太平富貴 태평하고 부귀함
[인문] 小癡
紅紫年年迭變更 홍색 자색 바꿔가며 하마다 꽃 피니 牧丹之葉菊之英 모란은 꽃잎이요 국화는 봉우리로다 秋來富貴無如汝 가을날 부귀함은 너 같은 게 없으니 橫冒東籬處士名 처사라는 그 이름 마음대로 븥인게지
阮堂秋牡丹詩 이는 완당의 「추모란시」인데 秋牡丹即唐菊花 我東誤傳云 추모란은 바로 당국화인데 우리나라에서 잘못 전해졌다 한다.
[인문] 小癡
소치 허련(小癡 許鍊, 1809-1892)은 19세기 조선 화단에서 장승업(吾園 張承業, 1843-1897)과 함께 가장 중요한 화가로 평가되어왔다. 조선 말기 실학자이자 당대 최고의 서화가書畵家였던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는 허련을 “압록강 동쪽에서는 이만한 그림이 없다.鴨綠以東 無此作矣”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허련의 화풍은 그의 아들 미산 허형(米山 許瀅, 1861-1937), 손자 남농 허건(南農 許楗, 1907-1987), 의제 허백련(毅齊 許百鍊, 1891-1977) 등에게 계승되어 현재까지 한국화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참고문헌] 김상엽, 「小癡 許鍊(1808~1893)의 生涯와 繪畵活動 硏究」,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 예술철학전공 박사학위논문,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