謙齋 겸재
[인문] 元白
본 작품은 진경산수眞景山水의 대가로 익히 알려진 겸재 정선의 <설중귀려도>이다. 고유색이 짙은 진경산수를 그려낸 정선은 80세를 넘기고도 붓을 놓지 않았으므로 60년이 넘는 긴 화력畵歷을 소유한 인물이다. 정선의 작품에는 고사를 대상으로 한 기려騎驢, 조어釣魚, 책장策杖 등의 인물상이 포함된 산수인물화가 다수 확인된다. 이 중 대표적인 소재는 선비가 당나귀를 타는 장면을 그린 기려도騎驢圖이다. 화면의 우측 하단에는 소복히 내려앉은 눈길을 살짝 구부정한 자세를 한 선비가 나귀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그 뒤로는 쌀쌀함이 느껴지는 겨울의 풍경이 펼쳐진다. 화면의 좌측에는 얇은 나뭇가지로 촘촘히 짜인 담장과 나무 세 그루가 배치되었다. 나무의 농담 표현으로 겨울의 안개를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뒤로는 높게 솟아오른 산과 건물이 배치되어 설경의 흥취를 한껏 돋운다. 정선은 고전적 이상향인 고사를 실물의 이상경理想景인 진경에 이입하여 탈속은일脫俗隱逸한 은자의 모습으로 연출하였다.
[참고문헌] 송희경, 「18세기 전반 회화의 새 경향 : 정선(鄭敾)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의 유형과 그 표상」, 『한국문화연구』17,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2009. 이원복, 「겸재 정선의 화훼영모화 : 花卉翎毛에 있어 그의 位相과 畵境」, 『미술자료』80, 국립중앙박물관,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