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여전도坤輿全圖는 벨기에 출신 예수회 선교사 페르디난트 페르비스트가 평사도법平射圖法으로 동반구와 서반구를 나누어 그린 최초의 양반구형 세계지도로 본 지도는 채색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명말청초 예수회 선교사들은 중국에 입국하여 카톨릭의 포교를 위해 활동하였다. 대표적인 인물로 청나라 궁정화가로 활동한 주세페 카스틸리오네(Giuseppe Castiglione, 郞世寧, 1688-1766) 등의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청에 입국한 선교사들은 카톨릭 교리와 서양의 문화를 그대로 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청 황실의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황제의 기호에 맞춰 활동하였다. 청의 황제들은 서양의 예술 기법과 최신 학문, 과학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하였고, 특히 원근법과 명암법 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페르디난트 페르비스트(Ferdinand Verbiest, 1623-1688)는 벨기에 플랑드르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로 청 황실과 우호적 관계를 가졌던 선교사 중 한 명이다. 페르비스트는 1658년 마카오에 도착했고, 1660년에는 북경에 들어가 마테오리치(Matteo Ricci, 1552-1610)의 뒤를 이은 아담 샬(Adam Schall, 1591-1666)의 문하에서 중국에 신천문학을 도입했다. 그는 강희제(康熙帝, 재위 1661-1722)의 신임을 얻어 흠천감欽天監의 감정監正을 역임하기도 했다. 페르비스트는 1672년 『곤여도설坤輿圖說』을 출간했으며, 이후 1674년 북경에서 곤여전도를 간행하였다. 『곤여도설』의 경우 1722년 유척기(兪拓基, 1691-1767)가 청에서 조선으로 가져와 전래되었으며, 이후 1761년 이의봉(李義鳳, 1733-1801)이 주청사奏請使로 북경에 갔다가 곤여전도와 『곤여도설』을 『북원록北轅錄』에 남기기도 했다.
조선에서 곤여전도는 1860년 목판본이 제작되었는데, 이는 1856년 중국 광동에서 제작된 재판본을 수입하여 다시 제작한 것이다. 1860년 곤여전도 목판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곤여전도의 경우 서울대학교 도서관, 숭실대학교 기독교박물관에 1674년 초간본이 소장되어 있고,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파리 기메동양박물관 등에 1860년 해동중간본과 채색을 더한 후대 작품들이 소장되어 현전하고 있다.
곤여전도는 1569년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 1512-1594)의 세계지도에 기초하여 평사도법平射圖法을 사용하여 세계를 동서 양반구로 나누어 그렸으며, 지명과 주기는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따르고 있다. 또한 지도의 외곽에는 지구에 대한 이론, 지진, 산악, 바다의 움직임, 강과 하천, 기류의 움직임, 바람, 구름과 비 등에 대한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대륙의 배치는 아세아와 구라파, 이미아가 동반구에 그려졌으며,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가 서반구에 위치하고 있다. 남방에는 상상의 대륙인 묵와렵니가墨瓦蠟泥加가 배치되어 있다. 또한 여러 동물의 묘사가 특징적인데 육상 동물 20여 마리와 해양 물고기 12마리 등 총 30마리 이상의 생물이 그려져 있다. 지도에 그려진 생물들은 실제하는 동물과 상상의 동물이 섞여 있는데, 상상의 동물로는 인어, 독각수 같은 것들이 있다. 이는 동서양에서 미지의 세계를 표현하는 관습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참고문헌]
김지인, 「서양 예수회 선교사가 청나라 궁정화가가 된 과정에 관한 선교학적 고찰 -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Giuseppe Castiglione)를 중심으로 -」, 『신앙과 학문』21, 기독교학문연구회, 2016. 서윤정, 「조선후기 채색필사본 병풍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와 <곤여전도(坤輿全圖)>의 동물 삽화: 지식과 도상의 전승과 변용」, 『미술사학연구』303, 한국미술사학회, 2019. 오길순, 「「곤여전도」의 모사와 지명조사」, 『한국고지도연구』14, 한국고지도연구학회, 2022.
[참고도판] 1. 곤여전도, 조선, 비단에 수묵채색,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14호,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소장.
2. 곤여전도, 조선, 197×316.8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구10018).
3. 곤여전도, 조선, 각 180×57cm,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박물관 소장.
4. 곤여전도, 조선, 146×300cm, 울산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