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浮夢覺 月在横梢 나부선羅浮仙의 꿈에 깨니 달이 나무 끝에 걸렸네
嫣娟美人 果假耶 아름답고 고운 여인은 가짜였나
嘈囋翠羽 果眞耶 지저귀는 물총새 소리는 진짜였나 [인문] 李寅文印, 文郁
春至不知湘水深 봄이 당도함에 상수의 깊이 알 수 없고
日暮忘却巴陵道也 해 저무니 파릉 가는 길 문득 잊었네.
[인문] 文郁, 李寅文, 郁郁平文哉
*파릉巴陵은 악양岳陽의 옛 이름이다.
이인문은 도화서圖畫署의 화원畫員으로 조선 후기 최고의 산수화가이다. 고송유수古松流水를 경외하여 끝없이 펼쳐지는 대자연을 즐겨 그렸던 인물로, 정조(正祖, 재위 1776-1800) 연간 여러 차례 국가 공식 회사繪事에 참여하였고 녹취재祿取才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았다. 이인문은 다양한 문인들과 교류하였는데, 이들은 당대의 서화애호가이며 수집과 수장, 감식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문인들과 어울리게 되며 이인문 또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거나 심미적인 문인 취향에 빠져들었다. 동료 화원으로는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와 아주 가까이 지내며 서로의 그림에 관화기觀畵記를 쓰거나 제시를 다는 등 영향을 주고 받았다.
본 작품은 고사도와 수조도가 한 쌍으로 구성되었다. 이인문의 수조도는 그 수가 많지 않아 주목된다. 고사도는 이인문 작품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산수 안에 인물이 담겨 있는 모양이다. 높은 곳에 올라 앉은 인물이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수조도는 우측에 집중된 구성을 보여주며 새 두 마리가 그 가지 위에 앉아있다. 꽃가지의 농담 표현이 인상적이다. 특히 지두화 특유의 농담 변화를 준 몰골법의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대담하여 완숙함에서 오는 이인문의 필법을 느낄 수 있다. 고사도와 수조도 모두 직접 쓴 시가 남아있다.
[참고문헌]
김소영, 「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 연구」, 명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15.
장영애, 「李寅文의 山水畵 硏究 : 江山無盡圖와 大斧劈준江山無盡圖 比較」,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논문,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