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교체圓嶠體를 완성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원교 이광사(圓嶠 李匡師, 1705-1777)가 그 특유의 행초서로 당시唐詩를 몇 편을 써서 엮은 필첩이다. 뒷부분 26면은 한 면에 두 글자를 쓴 대자로 썼다.
東郊别業 동쪽 교외에 있는 별장
당唐 경위(耿湋, 736-787)
東皐占薄田 동쪽 둔덕에다 척박한 밭을 마련해
耕種過餘年 씨를 뿌려 놓고 한 해를 기다렸지
護藥栽山棘 약초 지키려 가시덩쿨 잘라서 내고
澆蔬引竹泉 대나무로 물을 대서 채소를 길렀지
晚雷期稔歲 저물녘 우레는 풍년들 조짐일 테고
重霧報晴天 짙은 안개는 맑은 내일 알려준다네
若問幽人意 만약 숨어 사는 사람 뜻 묻는다면
思齊沮溺賢 옛 어진 신선들과 같고자 함일테지.
題馬儒乂石門山居 마유예의 석문산거에다 쓰다.
당唐 고비웅(顧非熊, 797-854)
尋君石門隱 석문에서 은거하는 그댈 찾으니
山近漸無青 산 가까워져도 반기는 이가 없네
鹿迹入柴戶 사슴 발길 따라 사립문으로 들고
樹身穿草亭 나무 줄기 정자를 뚫고 들어왔네
雲低收藥徑 구름 가시자 약초 밭길이 보이고
苔惹取泉瓶 이끼를 겉어 내고서 샘물을 받네
此地客難到 이곳은 외인들이 찾기가 어려우니
夜琴誰共聽 밤중의 거문고 소리 누구와 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