溪山愈好意無厭 계산의 고운 풍광 더더욱 좋은데
上到巉巉第幾尖 높은 산 제 몇 번째 봉에 올랐네
深谷野禽毛羽怪 깊은 골 산 새들 모두 기이하고
上方仙子鬢眉纖 정상의 신선 솜털 같은 눈썹일세
不慙弄玉騎丹鳳 농옥 피리 단봉 고사 안 부러워
應逐嫦娥駕老蟾 내 진정 항아 따라 달까지 가고파
澗草巖花自無主 시냇가 풀 바위 꽃 주인 없는데
晚來蝴蝶入疎帘 저물녘에 호접이 성긴 발로 드네.
「留題延生觀后山上小堂 연생관 후산 위의 작은집에다 쓰다.」
晚雨纖纖變玉霙 저물녘 가는 비 진눈깨비로 변하는데
小菴高卧有餘清 작은 암자에 편히 누우니 기분 상쾌해
夢驚忽有穿窓片 꿈꾸다가 놀라 깨어 창문을 살짝 여니
夜靜惟聞瀉竹聲 한밤중이라 오직 대숲에 바람 소리 뿐
稍壓冬溫聊得健 나무가지 눈 온기로 별탈이야 없겠지만
未濡秋旱若爲耕 가을 가뭄에 물 못 주니 밭갈이 어쩔고
天公用意眞難會 조물주의 마음씀은 참으로 알기 어려워
又作春風爛漫晴 또다시 봄바람 불면 찬란한 날 오리니.
「雪夜獨宿柏仙庵 눈오는 밤에 홀로 백선암에 묵다.」
九陌凄風戰齒牙 도성 거리 찬 바람에 치아를 부딪치니
銀杯逐馬帶隨車 수레를 쫒다가 보니 은술잔 흩어지네
也知不作堅牢玉 비로소 내 알겠네, 옥을 굳게 안 꿰면
無奈能開頃刻花 갑작스럽게 피고 마는 꽃 되고 말지니
得酒强歡愁底事 술 만나면 억지로 즐겨 시름을 삭히고
閉門高卧定誰家 문 닫고 편안히 누우니 누구의 집인가
臺前日暖君須愛 대 앞에 날 따뜻하니 그대 즐길만 하고
冰下寒魚浙可叉 얼음 밑에 고기 오감에 잡을 수도 있어.
「謝人見和前篇 어떤 사람이 화답한 전편에 감사하며」 二首 其二 두수 중 두 번째
鳥噪猿呼晝閉門 새와 원숭이 울어 낮에도 문 닫으니
寂寥誰認古皇尊 조용한 이곳에 뉘라서 옛 황제 알랴
青牛久已辭轅軛 노자의 청우는 이미 멍에 풀어버렸고
白鶴時來訪子孫 백학만 때때로 와 새끼들을 찾을 뿐
山近朔風吹積雪 산과 인접해 삭풍 불어 눈만 쌓이고
天寒落日淡孤村 외딴 마을엔 한 겨울 해도 져버렸네
道人應怪游人衆 도인은 응당 유람인이 많다고 하겠어
汲盡階前井水渾 물 다 긷다보면 우물이 흐려질 테니.
「自清平鎭游樓觀五郡 청평진으로부터 다섯 군의 누대를 유람하다.」
江上同舟詩滿篋 강에서 배 함께 탈 땐 시 실컷 지었었고
鄭西分馬涕垂膺 정주 서문에서 이별할 땐 가슴 메이었지
未成報國慙書劒 글과 칼로 나라에 보답 못해서 부끄럽고
豈不懷歸畏友朋 어찌 안 돌아가랴만 벗들 보기 부끄러워
官舍度秋驚歲晚 관청에서 한 해가 이리 저물어 놀랍고
寺樓見雪與誰登 절집 다락에 올라 첫눈을 누구와 볼거나
遥知讀易東牕下 그대는 지금 창가에서 주역 읽고 있어서
車馬敲門喚不應 손님이 와서 문을 두드려도 응대 못하리.
「九月二十日微雪 懷子由弟 구월 이십일 눈이 살짝 내림에 아우인 자유가 그리워서.」 二首 其一 두 수 중 첫 수
蕭索東風兩鬢華 쓸쓸하다 동풍에 나풀거리는 머리털이여
年年播勝剪宮花 해마다 이날이 오면 궁궐 꽃을 꺾는다네
愁聞塞曲吹蘆管 변방의 피리 소리를 근심스럽게 듣고
喜見春盤得蓼芽 봄 소반에 담긴 나물들을 즐겁게 보네
吳國舊供雲澤米 오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운택의 쌀 바치고
君家新致雪坑茶 그대 집에서는 새로 딴 설항차를 맛보네
燕南異事眞堪記 연나라 남쪽의 기이한 일이야 남길만한데
三寸黃柑擘永嘉 세 자 되는 황감을 영가에서 쪼개었다네.
「次韻曾仲錫元日見寄 증중석의 원일견기 시에 차운하다.」
渺渺疎林集晩鴉 해질녘 먼 숲에는 갈가마귀 모여들고
孤村烟火梵王家 외진 마을 절집엔 연기 피어 오르네
幽人自種千頭橘 은자는 손수 귤나무 천 주 심었는데
遠客來尋百結花 나그네는 먼 데서 와 백결화를 찾네
浮石已乾霜後水 부석산엔 상강 뒤라 물 이미 말랐는데
焦坑閒試雨前茶 초강 땅에서 편안하게 우전차 우리네
祗疑歸夢西南去 고향 가는 꿈인가 서남쪽으로 나섰더니
翠竹江村遶白沙 강마을엔 푸른 대숲이 백사장을 둘렀네.
「留題顯聖寺 현성사를 돌아보고 시를 지어 남기다.」
初驚鶴瘦不可識 지난번에는 비쩍 말라 알아보지 못했더니
旋覺雲歸無處尋 그 뒤로 바로 떠나 찾아뵐 곳도 없어졌네
三過門間老病死 세 번 만나는 동안에 늙고 병들어 죽었으니
一彈指頃去來今 이생과 내생이 모두 순간에 일어난 일일세
存亡慣見渾無淚 살고 죽는 걸 하도 봐 눈물도 흐르지 않는데
鄕井難忘尙有心 떠난 고향 못 잊는 그리움은 아직도 남았네
欲向錢塘訪圓澤 이원은 원택을 만나고자 전당으로 가서는
葛洪川畔待秋深 갈홍천 가에서 가을 깊어지길 기다렸었지.
「過永樂文長老已卒 영락향으로 문장로를 찾아갔는데 이미 돌아가셨다 하네.」
동춘당 송준길이 행서로 소동파의 시를 행서로 쓴 8폭 병풍글씨이다.
外裔 金文顯* 敬題 외예(외손) 김문현이 삼가 쓰다.
문묘文廟에 배향된 동춘당 송준길이 외손外孫의 한사람으로 이를 배관拜觀했다.
*김문현: 경인褧人 김충현은 일중一中 김충현과 여초如初 김응현의 형이다.
[인문] 同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