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住夕陽江上村 저녁 노을 지는 강변 마을에 집이 있는데
一灣流水護柴門 한 구비 돌아 흐르는 물 사립문을 감싸네
種來松樹高於屋 심고 기른 소나무는 지붕 위로 나솟아있어
借與春禽養子孫 봄철엔 새들에게 새끼 기르라고 빌려주었네.
幾家茅屋水邊村 띠 풀 집 몇 가구 물가 마을 이뤘고
花落春潮夕到門 꽃 지자 봄 조수 저녁 문에 이르렀네
溪上數峰青似染 시냇가 두세 봉들 물들인 듯 검푸르니
居人説是武陵原 주민들이 이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르네.
澗瀑亂鳴前嶂雨 앞 산에 내린 비로 계곡물 요란하게 흐르는데
山花遲發半巖春 늦게 핀 산꽃으로 바위엔 절반만 봄이 왔다네
松根草坐春從暖 소나무 뿌리 돋은 풀에 앉으니 따사롭기만 한데
竹裡溪行晝每遲 대숲에서 흘러내린 시냇물 한낮에 매양 더디네.
浮雲靄靄水團團 뜬구름 뭉실뭉실 흐르는 물 졸졸졸
溪上幽亭六月寒 시냇가 그윽한 정자 유월에도 서늘해
日暮看山人已去 저물녘이라 산 바라보던 이도 떠나니
水禽飛上石欄干 물새는 날아서 돌난간으로 옮겨 앉네.
山林何處无風雨 산림에 어디인들 비바람 치지 않으랴만
不似人情飜覆間 그래도 세상 사람 마음 바뀜과는 다르지
我有一區江上宅 내게는 한 켠에 마련한 집 한 채 있는데
幾回簑笠夜深還 밤중에 도롱이에 삿갓쓰고 무수히 오갔지.
凉飛遠岸楓千葉 서늘한 기운에 먼 둔덕 잎새 가득 물들었고
聲過疎燈雁幾行 깜박이는 등불아래 기러기 떼 소리 들리네
秋生黃葉聲中雨 가을날 누런 단풍잎이 빗속에서 노래하고
人在淸溪水上樓 사람은 시냇가 물가의 누각 위에 서 있네.
雲壓樹頭兼雨氣 나무엔 비 머금은 구름으로 가득하고
水流溪白夾秋聲 부딪쳐 흐르는 물 낙엽소리 머금었네
就巖著箇茅堂子 바위에 기대
不必靑山定有名 청산에 이름 지을 필요 있으랴.
山重水複人千里 산 첩첩 물 겹겹 사람은 천 리나 떨어져
月苦風酸雁一聲 달도 괴롭고 바람도 힘겹다 기러기 우네.
礙簷玉樹排雲立 처마에 걸린 고운 나무 구름 뚫고 서 있고
接屋瑶峰拔地生 집에 닿은 아름다운 봉우린 땅에서 솟았네
忍凍從來有詩骨 예로부터 시 짓는 풍골은 겨울 견딘다는데
開門一笑萬山明 문 열고 뭇 산들이 명미한 것을 보고 웃네.
有梅無雪不精神 매화 있고 눈 없으면 산뜻하지 못하고
有雪無詩俗了人 눈 있고 시가 없으면 사람 속되게 하네
日暮詩成天又雪 저녁 무렵에 시 짓고 나자 눈이 내리니
與梅幷作十分香 매화까지 꽃을 피우니 무르익은 봄일세.
時戊戌 新春 小亭 卞寬植 무술년 새해에 소정 변관식
[인문] 卞寬植印, 小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