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는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의례기儀禮器
로 엄격한 통제 아래 5개의 발톱을 가진 오조룡五爪龍이 시문된 백자
항아리가 제작되었다. 용은 황제 또는 왕을 상징하는 의미로 조선시
대 왕실 행사용인 화준花罇이나 화룡준畫龍樽에 필수적으로 시문되
었던 대표적인 왕실 취향의 문양이다.
대형의 용항아리는 왕이 사용했다는 여러 근거가 있지만 18세기 문
인화가 담헌 이하곤(澹軒 李夏坤, 1677-1724)이 그의 문집 『두타초
頭陀草』에 분원 사기장에 대한 내용을 남겨 놓은 시가 있어 흥미롭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진상할 그릇의 종류가 많아 진상할 도자기가 상
품의 자기 이외도 진상된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대전大殿에 바치는 용항아리를 분원의 장인들이 잘 만들어 내
수사內需司에서 상을 내릴 정도로 정성을 들여 만들었음을 알 수 있
다. 문집의 내용을 통해 청화로 만든 용항아리가 대전에 바쳐져 왕이
사용하였음을 증명해준다.
대형의 백자항아리는 짧은 구연부에 풍만한 어깨선을 그리며, 동체부는 저부로 내려가면서 S자형 형태의 양감있는 유려한 곡선을 가진
다. 당초문이 둘러져 있는 짧은 구연부 아래 상반부에 당초문과 복선
의 영지형 여의두문대를 종속문으로 시문하였고, 하반부에는 규형圭
形의 연판문과 2단의 영지문대가 시문되어 있다. 특히 하반부 연판의
형태인 규圭는 홀笏이라고도 하는데, 왕이나 황세자가 연회 때 손에
드는 물건이다. 이러한 형태를 문양화하여 종속문양으로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동체부 전면에는 卍자형 구름 사이에 여의주를 잡아채기 위해 구름
속을 비천飛天하고 있는 용 두 마리가 앞 뒷면에 시문되어 있다. 용
의 머릿결은 방사선 모양으로 사선형이며, 얼굴 가득 해모양의 반점
이 채워져 있다. 용의 등 비늘 채색 또한 농담을 사용하여 여백을 남
겨 두고 채색하여 서기瑞氣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백색의 태토에 선
명한 청화의 발색과 짜임새 있는 문양구성, 활력이 넘치는 필치, 사실
성에 바탕을 둔 용의 묘사는 대형항아리 안에 정교한 문양으로 시문
되어 왕의 위용과 위상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수록처]
광주 조선관요박물관, 『조선도자수선』, 세계도자기엑스포, 2002.
광주 조선관요박물관, 『조선도자 500년전』, 세계도자기엑스포, 2003.
담헌 이하곤(澹軒 李夏坤, 1677-1724)의 『두타초頭陀草』 중에서...
앵자산鶯子山 북쪽 우천牛川 동쪽 남한산성이 눈 안에 있고
강 구름은 능히 밤비를 만들며 산골 나무에 십일풍이 길게 부네.
장인들은 산모롱이에 사는데 오랜 부역이 괴롭다네.
스스로 말하길 지난해 영남으로 가서 진주 백토白土 배에 실어 왔단다.
선천토宣川土 색상은 눈과 같아서 어기御器 번성燔成에는 제일이라.
감사監司가 글을 올려 백성의 노역은 덜었지만 해다마다 퇴물退物이 많네.
진상할 그릇 종류는 삼십 가지에 사옹원 본원에 바칠 양은 사백 바리나 되네,
깨끗하고 거칠고 색과 모양 논하지 말게 바로 무전無錢이 죄이로다.
청화 한 글자를 은처럼 아껴 갖가지 모양 그려내어도 색이 고르네.
작년 대전에 바친 용항아리로 내수사內需司에서 면포를 공인에게 상 주었다네.
칠십 노인 성은 박씨라 그 안에서 솜씨 좋은 장인으로 불린다네.
두꺼비연적은 가장 기인한 물품이고 팔각중국풍 항아리 정말 좋은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