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之寫爲彦皓 광지가 언호에게 그려주다.
[인문] 光之
안개 낀 강촌의 정경을 그린 소폭의 산수화이다. 강안의 토파와 다리는 갈필로
빠르게 그려 내고, 수목과 산은 윤묵의 미점을 찍어 강가의 습윤한 분위기를 완
성했다. 강세황은 <송도기행첩>에서 참신한 채색을 가한 실경산수화를 그려내었
는데 이 작품에서도 전체적으로 담채를 가하여 강세황 특유의 맑고 담담한 필치
와 담채와 담묵의 미묘한 감각을 보여준다.
근경에는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가옥과 다리를 배치하고, 중경에는 주산 아
래 마을의 모습을 두었다. 근경과 중경에 그려진 수목과 가옥은 농묵과 담묵으
로 차이를 두어 화면의 깊이감을 표현하였다. 주산은 담묵으로 형태를 잡은 후
미점과 더불어 청색과 홍색의 담채를 가하여 부드러운 선염이 돋보이며, 원산을
비교적 짙은 청색으로 화면 전체에 무게를 잡아주는 효과를 내었다.
작품 우측 상부에 ‘광지사위언호光之寫爲彦皓’라는 묵서가 있어 강세황이 ‘언호
彦皓’*라는 인물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묵서의 좌측으로 강세황의 자 '광지光之'
를 새긴 백문방인 한 과가 찍혀있다.
*언호 남기로(彦皓 南綺老, 1723-?)는 강세황과 각별한 벗인 연객 허필(烟客 許
佖, 1709-1761)과 교류하였다. 그는 사헌부 지평持平(정5품)을 지냈으며 당대
시인으로 문집 등에 그의 시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