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널리 유행한 위기圍棋는 다양한 형태의 위기도圍棋圖로 제작되었다. 위기圍棋
의 이상 가치를 보여주는 것은 선인위기도仙人圍棋圖로 문인들은 바둑을 오랜 역사에서 파
생된 상징인 소요逍遙와 우미優美를 추구하는 고아高雅한 풍류로 인식하였다. 신선이나 은
일자들이 무욕無慾·무심無心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바둑을 두고 있는 선인위기도는 특정
고사를 도해한 사호위기도四皓圍棋圖와 초부난가도樵夫爛柯圖, 그리고 특정 고사를 반영
하지 않은 도상이 나타난다. 선인위기도류仙人圍棋圖類는 특정 고사를 반영한 것은 아니지
만 기자棋者가 선인仙人임이 분명한 도상으로, 현전 작품은 둘 혹은 세명의 선인만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며, 이 도상군이 가장 단순화되고 정형화된 선인위기도 도상이라 볼 수 있다.
본 작품은 산수를 배경으로 하단 중앙 두 명의 선인이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의 화면 구성
을 보여준다. 왼쪽에 앉은 선인은 수를 놓고 있으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선인 또한 다음 수
를 놓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표정과 바둑알을 잡기 위해 바둑통에 손을 넣고 있는 모습 등
표정과 손은 세밀한 필치로 표현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선인들 주위로는 하단의
바위, 좌측의 매화, 우측과 상단으로 뻗어 화면을 메우고 있는 노송老松 등이 배치되어 있
다. 매화는 줄기를 중심으로 가는 가지들이 직선으로 뻗어 있으며 노송은 우측에서 상단으
로 뻗고 두 줄기의 가지는 상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노송의 잎은 세필로 표현하였는데 주위
배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선인들 상단의 노송 위로는 4마리의 학이 표현되어 있는데 전통적으로 학은 신선들이 하늘
에서 타는 짐승으로 여겨져 왔다. 비교적 원경에 표현된 두 마리의 학은 나란히 앉아 있으며
근경에 표현된 학은 자연스러운 자세로 유遊하고 있다. 바둑을 두는 두 명의 신선과 상징적
인 기물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작품으로 작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선 중기의 화풍을 보
여주는 수작이다.
[참고문헌]
유주희, 「朝鮮時代 圍棋圖 硏究」,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협동과정 미술사학전공 석사
학위논문,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