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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문학, 미술이 이룬 블록버스터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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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겸재정선

 

2002년 5월 12일 군대를 마치고 그 해 6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소위 환상적인 나날들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전국이 축제장을 방불케하고 일본이 이루지 못한 4강 신화의 주역들과 함께 온 국민이 즐거워했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로 복학한 지 한 학기가 지나 2003년 1월 겨울 방학이다. 고서화 전문 공갤러리를 운영하고 계셨던 아버지께서 나에게 일본 출장을 가자고 하셨다. 나로서는 난생처음 간사이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오로지 야마토분카간大和文華館 학예실장 출신인 요시다 히로시 선생을 만날 생각뿐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전에 요시다 선생께서 보내주신 작품사진 그 원본을 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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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소동파(1036-1101)가 1082년인 임술년에 적벽부를 만든 것을 기념하고자, 한 갑자 60년마다 임술년이 돌아오면 중국이나 조선의 문사들이 적벽부 시를 읊조리며 시회를 가졌던 행사가 있었다. 이때는 1742년, 즉 11갑자 지난 1742년에도 행사가 열렸는데 가히 거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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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자는 경기도 관찰사인 홍경보 그리고 참석자로는 연천군수 신유한 그리고 양천현령 정겸재다. 연천군수 신유한은 이 행사를 위하여, 관할하던 영내에 연천강을 섭외하고 커다란 선박을 준비하였으며, 양천의 현령인 겸재 정선은 이 모든 행사의 모습을 생생히 글과 그림으로 묘사하여 기록하였다. 경기관찰사 홍상공은 남겨진 첩에 화제를 달아 그 뜻을 더하였다. 게다가 당시 이 첩은 화첩의 원형을 그대로 갖춘 모습이었다.

 

겸재정선_2_1.jpg 겸재정선_2_2.jpg

 

우화정 아래에서 배를 띄우며 행사를 시작하는 우화등선 1폭과 곰소라고 불리는 웅연으로 시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3인을 수많은 군중들이 횃불을 밝혀 마중 나와있는 모습이다. 바로 웅연계람 1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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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시대 권력과 문학과 미술이 만나 이루어낸 블록버스터이다. 참고로 기록에 의하면, 제작될 당시에는 경기관찰사 홍경보, 연천군수 신유한, 양천현령 정선을 위해 각각 1본씩 총 3본을 제작하였다. 기존에 한국에 1본이 있었고, 일본에서 찾아낸 것이 이미 20년 되었다.

 

이제는 어디선가 보관되었을지 모르는 연강임술첩의 마지막 1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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