鶯驚鳳輦穿林去 꾀꼬리는 임금의 수레에 놀라 꽃 속으로 숨고
魚畏龍顏上釣遲 물고기는 임금의 얼굴이 두려워 낚시바늘을 무는 것이 늦네.1)
甲戌秋七月日成造 갑술년 가을 칠월 일 만듬
1) 송宋 정위(丁謂, 966, 1037)가 지은 시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의 세종 12년 11월 18일 기 사에 보면 세종이 경연經筵에서 송 태종(太宗, 재위 976-997)에 대해 논하는 내용이 다음과 같이 기록 되어 있다.
“임금이 말하기를, ‘송 태종은 정말 어진 임금이다. 그러나 더러는 공치사도 하고 또 희롱을 좋아하였으니, 이런 것은 제왕帝王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하니, 정인지가 대답하기를, ‘널리 알기를 힘썼고 시詩를 짓기를 좋아한 것도 제왕으로서의 학문은 아니 었습니다. 고기 낚는 것을 좋아하여 4품 이상은 모두 들어와서 참관하게까지 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간한 사람은 없었는가. 만일 간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넓은 아량으로 어찌 받아들이지 않았으랴.’
하니, 대답하기를, ‘간한 사람은 역사에 나타나지 않고 다만 당시의 사람의 시에 <꾀꼬리는 임금의 수레 에 놀라서 꽃 속으로 숨어 들고[鶯驚鳳輦穿林去], 물고기는 임금의 얼굴을 무서워하여 낚시에 걸리기가 어렵도다.[魚畏龍顏上釣遲]>고 한 것이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잘 짓는 사람이로다. 간하며 풍자하는 뜻을 내포하였으니, 그 글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정위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위謂가 아무리 시는 잘 하였으나 그의 마음씨는 바르지 못하였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