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척量天尺은 ‘하늘을 측정하는 자尺’라는 뜻과 같이 태양을 향해 쫒아가며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이다. 1712년의 『숙종실록肅宗實錄』(숙종 38년 5월 15일 丁酉)에는 양천척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量天尺, 一木板長可一尺餘, 廣可數寸。背布象牙, 刻以分寸,
寸爲十二畫, 分爲十畫, 上設輪圖, 中立一小板, 似是測景之具也”
문헌기록에 의하면 양천척은 1자 남짓으로, 주요 재질은 목재木材이나 특정 부위에 상아象牙를 덧붙인 것으로 보아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해시계로 보인다. 국내 현존하는 7개의 양천척 유물 중에는 목재 5점과 자기磁器 1점이 있고 상아로 제작된 것은 본 유물이 유일하다.
양천척을 측정할 때는 1년 동안 동일한 시각선을 사용하지만 계절에 따라 4종류(5分, 6分, 8分, 10分)의 다른 길이로 된 영침影針을 꽂거나 작은 널판(소판小板 혹은 영침판影針板)을 세워 그림자 길이를 측정한다.
상아 양천척의 앞면에는 시간선과 영침판을 꽂는 구멍이 있고, 뒷면에는 24기氣의 표가 있다[참고도판 1]. 동절기冬節期에는 태양의 고도高度가 낮아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의 영침을 사용하고, 하절기夏節期에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 긴 길이의 영침을 사용한다.
양천척 앞면에는 12시진時辰 글자가 한 시진(2시간)씩 시각 구분선이 길게 있고, 좌우에는 1각(刻, 15분)단위의 짧은 간격의 선이 있다.
하루 동안 태양의 고도는 그림자 길이가 가장 짧은 남중시간南中時間인 오정午正 전후로 대칭을 이루며 하루에 2번씩 해의 그림자가 같아지게 된다[참고도판 2]. 오정 기준으로 대칭되는 사巳-미未, 진辰-신申, 묘卯-유酉 시간은 시각선을 공유해서 사용한다.
『숙종실록』에는 조선의 양천척에 대하여 “등에는 상아를 씌어다(背布象牙)”라고 기술記述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에 현존하는 7개의 유물 중에는 본 양천척이 유일하게 상아 재질로 제작되었다. 또한 휴대할 때 4개의 영침판 중에 계절마다 사용할 작은 영침판을 분실하지 않도록 양천척 하단에 매우 정교한 보관함과 덮개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본 유물은 현존하는 양천척 유물 중 가장 고품격이며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참고문헌]
1. Kim SH, Mihn BH, Lee YS, A preliminary study on the Yang-cheon-cheok(量天尺) in the late Joseon Dynasty, JASS, 32, 95-401, 2015.
2. Kim SH, Mihn BH, Lee YS, Analysis on the Hour-lines of Yang-cheon- cheok(量天尺), JASS, 34(1), 55-65 2017.
[참고도판]
1. 상아 양천척의 앞뒷면의 구조와 시각선 눈금
2. 시간에 따른 태양 그림자 변화와 영침판影針板의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