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회화 작품은 현존하는 작품의 수가 적고, 그중 작가명을 알 수 없는 작자미상이나 전칭傳稱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은 조선 전기 화풍을 담아낸 고사인물도 3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면 상단 여백에는 매병 형태로 그 안에 ‘죽계竹溪’라고 새겨진 인장이 찍혀 있다. 인장에 새겨진 ‘竹溪’는 조선 전기 문신으로 알려진 안침이다.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자진子珍, 호는 죽계竹溪·죽창竹窓·죽제竹齊를 사용하였다. 안침은 문장에 능하고, 필법은 송설체松雪體로서 해서에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현재 잘 알려진 안견(安堅, 15세기), 강희안(姜希顔, 1417- 1464)과 동시대에 살던 인물이다.
본 작품은 조선 전기 중국 절파화풍을 계승하여 담하면서도 세밀한 필치로 그려졌다. 화폭에 찍힌 매병 형태의 인장은 고려시대 매병 형태를 가진다. 조선 전기 정권이 바뀌었어도 고려시대의 문화를 일부 향유하였던 것을 알 수 있으며, 보기 드문 형태의 인장과 조선 전기 문인이 그린 작품으로 귀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이 작품은 7폭으로 구성된 개인소장의 죽계 안침, 과 전체적인 화풍 및 크기 등이 유사하여 원 화첩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참고도판] 죽계 안침, <고사인물화첩故事人物畵帖>, 비단에 수묵담채, 각 27.7×20.7㎝, 개인소장